"어유, 형님도 오셨어요?"
예식장 앞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예비신랑, 턱시도 입고 얼굴에 화장까지 원래부터 키도크고 상판도
그런대로 봐 줄만했던 녀석이니까. 오늘의 주인공에 딱 맞는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부러우면 안되는데.......
"축하한다. 녀석 어릴때는 코 질질 흘리면서...."
"형, 잠깐만요...."
.........
말 씹혔다.
또다른 하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동생이다. 그만큼 나를 포함해서 주변사람들 경조사를 자기일처럼 뛰어다니던
성실한 친구이다 보니까. 어느누구 하나 할것없이 이렇게 찾아와서 축하를 해준다.
옆으로 아주머니 아저씨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아저씨의 양복, 아주머니의 한복...
솔직하게 너무 이질적인 모습이다.
우리들 어릴적, 학교가방 메고 등,하교길에 도랑건너 밭에서 김을 메고 있는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
' 그려~ 핵교댕겨 오니~'
뜨거운 햇볕을 가리려고 쓴 밀집모자에 구멍난 런닝, (아버지들은 이옷을 일본말로 '난닝구'라구 발음하셨다.)에 주섬주섬
걷어올린 고무신의 헐렁한 바지차림이셨다.
아주머니 역시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시고 월남치마, 몸빼바지차림.
이미 오래전 우루과이라운드로 빡빡해졌던 살림에 요즘 FTA의 폭풍속으로 근심의 걱정과 애환이
부모님의 깊게 패인 주름살과 검게 그을린 얼굴에 그대로 그려져 있는듯 하다.
어렸을적은 산처럼 높고 커다란 동네 어르신들이셨는데....
지금은 당신들보다 훌쩍 커버린 우리들 키만큼 삶의,인생의 무게감에 견디기 힘드셨을까?
너무도 왜소해 보이고 힘없어 보이고... 그러한 느낌이 너무도 아쉽게,슬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건, 어렸을적 그대로....
부모님의 손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려 니들도 왔구나아. 아유 이렇게 키가 훌쩍커갖구... 차암 잘 컸다."
농사일에 많이 거칠지만 아주머니는 그 따뜻한 손으로 나의 손을 부여잡아 쓰다듬으시며 이렇게 커버린 나를 대견하다고
어깨도 쓰다듬고, 볼도 쓰다듬고...
"안그래두 바쁠거인디 이렇게 어째 알고 왔냐"
"에이 아주머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동생 결혼식에 참석 안한다는게 말이 되나요, 당연히 참석해서 축하해 줘야지요"
왜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