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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와 선화의 결혼이 발표되었다. 언론들은 준수의 순애보를 대서특필했다.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 준수 어머니는 준수와 선화의 결혼 발표소식을 보고 신문을 팽개치고 주방으로 갔다. 준수는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준수 어머니는 성이 가득 나 있었다.
“뭐가요?”
“결혼이라니? 니가 지금 제 정신이야?”
“우린 원래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단지 좀 늦어졌을 뿐이에요.”
“그 때랑 지금이랑 같아? 선화는 이제 지 몸 하나도 가눌 수 없는 몸이라고.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난 이 결혼 절대 허락 못해.”
“전 선화랑 결혼할 겁니다. 선화가 그렇게 되고 나서야 아버지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어요. 선화 같은 사람이 있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을.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어렸을 때 내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그건 다 지난 얘기야. 난 선화를 며느리로 맞아 들일 수 없어.”
“어머니가 정 그러시다면 제가 집을 나갈 수 밖에 없네요. 전 평생 선화곁에 있을 겁니다.”
“뭐? 니가 지금...”
준수 어머니는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만 출근할게요. 늦어서요.
준수는 다 마신 커피잔을 싱크대에 넣고 주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