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찾아 고잔동으로, 아니면 중앙역쪽으로 갈까 신호등이 바뀌는 타이밍에 휩쓸려 중앙동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일부러 꽃을 알려구 하는게 아니고요 영화보면서 그렇게 카라꽃 알게되고 거 영화중에 '데이지'도 있잖아요, 킬러와 형사로 정우성과 이성재
나오고 전지연에게 데이지 선물로 매일보내는데 꽃말 이름이 순결, 희망. 그렇다구..... 그냥 그런식으로 쪼금씩 알게 된것 뿐입니다.
근데 중앙동 메가넥스로 가면 되죠?"
"뭐 어차피 글로 가려구 운전 다해놓고 이제와서 물어 뭐하게요"
"에이 그래두 요즘세상이 여성상위시대로 레이디퍼스트인데 당연 어쭤봐 드리는게 예의 아니겄쇼"
일요일 오후 두시....
연인끼리, 아니면 친구들끼리,
짝을 이루지 않는 사람들도 나름의 목적지를 향해서 바삐 걸어가는 활기속에
그만큼 중앙동의 교통체증도 더딜 수 밖에 없다.
좌회전 깜빡이를 한참 넣고 있으면서도 길가에 튀김과 핫도그를 파는 노점상, 손님들의 방해로 느릿느릿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때와는 다르게 짜증은 나지 않는다.
곧 영화를 볼거고
나름 오늘의 데이트를 위해 옷에 신경도 쓴 나와, 나의 옆자리에는 그녀가 타고 있다.
클락션소리가 잡음으로 찢어지지 않도록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끈적끈적한 블루스 음악에 귀를 맡기고
핫도그를 먹던 귀엽게 생긴 고등학생쯤의 여학생들이 차를 발견해 힐끗보면서 두어걸음 인도로 자리를 피해줄때까지
여유를 보이며 차는 스르르 움직인다.
다른때라면 분명 한산한 도로가를 찾아 불법주차를 했을 나 였을거다. 오늘은 유료주차장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보니까 처음이다.
내사전에 유료주차장의 입성이라는 것은.....
아무곳이나 담배공초를 버리지 않는다는 준법정신으로 자부심이 강했었던 나였었는데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땅에 태어나 '국민교육헌장'속에 선진조국창조의 달성은 시민의식의 부재라고
막 손가락질 하면서 길거리에 껌이며 침을뱉는 사람들을 욕해대던 나 역시도 매 한가지 똑같은 넘이였나 보다.
주차표를 뽑아들고 메가넥스로 들어선다.
"무슨영화 볼거에요?"
"워낭소리요"
"??????"
"왜요?"
"아니, 그러니까 무슨영화 볼 거냐구요"
"금방 말했잖아요. 워낭소리요"
"워낭소리요?"
" 말 못알아먹어요? 왜요? 이 영화 보셨어요?"
"아니 보지는 않았는데 정말로 워낭소리요?"
" 보기 싫으세요?"
"아니 난 진짜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근데 뭐가 문제야, 보면되지...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