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선화는 퇴원을 했다. 하지만 선화는 퇴원한 후에도 하루 종일 집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준수는 그렇게 집에만 있는 선화를 자주 찾아와서 선화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다. 자신에 대한 준수의 마음이 확고하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 선화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선화는 자신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고 이후로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항상 꿈에서는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고 깨어나면 자신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화 아버지가 문을 열었다.
“일어났니?”
“예.”
선화 아버지는 선화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하지만 선화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선화 아버지는 선화한테 가서 선화를 일으켜 주었다.
“씻어야지.”
“예.”
선화 아버지는 선화를 업고 욕실로 갔다.
“죄송해요. 아버지.”
“그런 소리 마라. 넌 훌륭한 일을 한 거야.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만 넌 의사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최선의 일을 한 거야.”
선화를 욕실로 데리고 온 선화 아버지는 선화의 얼굴을 씻겨 주었다.
선화는 하루 종일 tv를 봤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녁에 준수가 선화를 찾아왔다. 저녁을 하고 있던 선화의 어머니는 준수가 찾아온 것을 무척 반겼다. 준수는 선화의 방으로 갔다.
“또 왔어? 이젠 오지 말라는데도.”
선화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준수가 찾아온 것을 고마워 했다. 준수마저 없다면 정말 심심한 인생이 될 것 같았다.
“넌 봐도 봐도 하나도 질리지가 않아서.”
“사실 기다렸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
“정말 나랑 결혼할 생각이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내 마음은 진심이라는 거.”
“어머닌 어떡하고? 어머니가 이해해 줄리 없잖아?”
“난 이미 너랑 같이 하기로 마음을 굳혔어.”
선화는 갑자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매 주 일요일 날 성당에 데려다 준다고 약속하면 승낙할게.”
도저히 준수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 선화는 결국 준수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준수는 선화의 승낙에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호성을 질렀다. 선화 어머니는 괴성에 깜짝 놀라 선화의 방으로 왔다.
“선화야, 무슨 일이니?”
“어머니, 저 선화랑 결혼하기로 했어.”
준수가 대신 대답을 했다.
“정말이니?”
선화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 듯 선화한테 되물었다.
선화는 눈을 깜빡였다. 선화 어머니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