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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빴다.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던 스타 여가수 민효정의 갑작스런 죽음은 최대의 뉴스 거리가 되고 있었다.
준수한테서 선화의 소식을 들은 효석은 부장님한테로 걸어갔다. 효석은 선화의 기사를 쓰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장님.”
부장은 무슨 일이냐는 듯 효석을 보았다.
“박선화씨 아시죠?”
“박선화?”
“횡단보도에 뛰어든 아이를 구하고 전신불수가 된 국회의원 따님이요.”
“아, 그 사람. 알지. 근데 그 사람이 왜?”
“어제 죽었답니다. 그래서 특집 기사를 쓰고 싶은데.”
“지금 제 정신이야? 지금 민효정이 죽어서 다들 난리인데 그런 기사를 쓰겠다는 게 말이 돼. 그럴 시간 있으면 민효정의 죽음에 대해 조사나 해 봐. 아직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모르잖아?”
효석은 부장님의 반대에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섰다. 하긴 부장님의 말도 무리는 아니었다. 독자들은 민효정의 죽음에 대해서만 알고 싶어할 뿐 8년 전에 한 아이를 구하고 전신불수가 된 사람에 대해서는 잊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효석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석은 한 사람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사람은 그래도 선화의 죽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효석은 윤주의 행방을 찾아 윤주가 일하는 식당으로 찾아왔다. 윤주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고 있었다. 서빙을 보던 젊은 여자가 주방으로 오더니 윤주한테 누가 찾아왔다고 알려줬다. 윤주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누군지 의아해 하며 밖으로 나갔다.
“장윤주씨죠?”
“예. 그런데요.”
윤주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한테 무슨 용건으로 찾아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 준수 친구 이효석이라고 합니다. 윤주씨한테 전해 드릴 말이 있어서.”
“저한테 전할 말이라니?”
“박선화씨가 죽었습니다.”
“아... 아가씨가 죽다뇨?”
윤주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선화가 준수랑 결혼한 것은 신문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 때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윤주씨는 알아야 될 것 같아서 알려 주러 왔습니다. 그럼 전...”
효석은 인사를 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