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6개월 후
선화의 사고가 있은 지 6개월이 지났다. 선화의 희생으로 자신의 아이가 살 수 있었던 아이의 부모는 처음 한 달 동안은 선화가 누워있는 병실로 찾아와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아이의 부모가 찾아오는 횟수는 적어졌고 3개월이 지난 후 부터는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가 그렇게 선화를 잊었듯이 선화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던 사람들도 자연스레 선화를 잊어버렸다. 이제 선화의 옆을 지키는 사람은 선화의 부모님과 준수뿐이었다.
밤이 깊어 있었다. 선화 어머니와 준수는 선화의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이 들어 있었다.
선화는 눈을 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달빛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선화는 자신이 어디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에 팔을 들어보려고 했는데 팔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선화는 갑자기 무서워 졌다. 지나간 일이 기억이 났다. 자신은 아이를 구하고 트럭에 치었었다.
잠을 자던 준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준수는 선아가 눈을 뜬 것을 보았다.
“나, 나... 어떻게 된 거야?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어.”
“어머니, 선화가 깨어났어요.”
준수는 기쁨에 옆에서 자고 있는 선화 어머니를 깨웠다. 선화 어머니는 선화가 깨어난 것을 더 없이 기뻐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앞날이 걱정이 됐다. 원장선생님은 선화가 깨어난다고 해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원장 선생님 데리고 올게요.”
준수는 원장 선생님한테 선화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원장실로 갔다. 퇴근을 하려고 원장실을 나온 한 원장은 준수랑 마주쳤다.
“선생님, 선화가 깨어났어요.”
“뭐?”
한 원장은 기쁜 소식을 듣자 당장 선화의 병실로 뛰어갔다. 준수도 원장을 따라 뛰어갔다.
한 원장과 준수가 선화의 병실로 들어왔다. 선화는 원장을 보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원장님, 저 어떻게 된 거에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목뼈가... 목뼈가 부러졌어.”
한 원장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선화는 원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은 이제 평생 전신마비인 상태로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선화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선화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는요? 아이는 살았나요?”
선화는 가만히 감았던 눈을 뜨면서 물었다.
“응, 살았어. 니가 아이를 살린 거야.”
“다행이네요. 아이가 살아서. 근데 윤주는? 윤주한테 연락 좀 해 줘.”
“윤주는 떠났어.”
준수가 대답했다.
“응?”
“너 이렇게 누워 있은지 6개월이야. 6개월 만에 깨어난 거야.”
“6개월?”
“준수가 그 동안 네 옆을 계속 지켜줬어.”
선화의 어머니가 말했다.
선화는 가만히 준수를 보았다. 6개월 동안 자신의 곁에 있어준 준수가 고마웠다. 하지만 선화는 또렷이 기억이 났다. 준수가 사랑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윤주였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