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가 어디냐면, 옆에 세탁소가 하나 있었고, 무슨, 당신 허벌라게 술 취해서 헤롱거리는거 깨우려구 컨디션 하나사러
들어갔었으니까 옆에 구멍가게두 하나 있는 미용실이에요"
"어머~ 나 그렇게까지 취했었어요? 기억이 하나두 안나~"
"잘나셨네 증말"
"거기면 '카라'미용실 말씀하시는것 같은데"
"칼아인지 갈아인지 암튼 곧 도착하니까 거기로 나와요"
전화기를 내려놓고 상록수역 굴다리를 지나간다.
담배를 하나 꺼내어물고 불을 붙이려다가 이내 관둬버렸다.
그래도 곧 아가씨를 옆자리에 태울건데 차안에 담배냄새 풍기는것도 좀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고보니까
차를 타면서 마시던 캔음료수 병이나 카페라떼 빈 플라스틱, 그리고 종이컵같은것이 찌글거려져 조수석 쪽에 버려져있는
모양새도 눈에 거슬린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청소부터 해야겠다.
행여나 저번주에는 밤길이였어서 밝은 대낮에 잘 찻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헤메지않고 도착을 했다.
'카라미용실' 간판이 눈에 딱 들어온다.
아직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복잡한 길가라 주차를 시키고 비상깜박이를 틀어놓고 나서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옆 구멍가게를 보니까 저번주의 생각에 또다시 오장육부가 디글거려온다.
옘비~
따뜻한 캔커피 하나.... 그래두.... 두개를 샀다. 미운놈 떡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그녀 것까지
날씨가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두 아직 추운날씨다.
"안녕하세여?"
"......"
어디서 나타났는지 보이지도 않더니 대뜸 앞에서는 인사를 한다.
그때 그아가씨 맞어? 술에 취해 꼬부라지는 말로 '야 가서 물떠와' ,'야 노래 거 머시냐 그거 찾아서 입력해라'
그렇게 막 나가던 저번주의 케릭터는 어디로가고 긴 생머리에 시크한 패션코디. 그리고 하이힐.
아마도 하이힐에 죽고못사는 쥬얼리의 서인영이 그걸 봤으면 '나줘 나줘~' 노래를 불렀을것 같다.
거기에 한듯, 안한듯 그렇게 꾸민 메이크업까지...
마치 '엽기적인그녀'의 그녀처럼, 술 안먹은 또다른 모습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아우라는 정말 나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절대 주눅들면 안된다.
강하게 나가야 한다.
"옷이며 화장이며 그게 뭐요? 어디 시골 젓가락 뚜드리는 왕대포집에서 파견근무 나왔나?"
"피이~"
첫 인사에 대꾸도 없이 찔러대는 내 말에 콧방귀를 뀌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새침스럽다.
"너무 시간 늦었는데 일단 차에 타요 가면서 얘기하게"
먼저 준비한 따뜻한 캔커피를 건네주면서 나도 모르게 차문을 열어준다.
내가 그런놈이 아닌데~ 정신 차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