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준수는 선화와의 점심 약속이 있어서 자애병원을 찾아왔다. 병원문 앞에서 선화를 기다리는데 버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에서 윤주가 내리는 것을 보았다. 윤주는 보자기로 싼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 준수는 윤주가 걸어오는 것을 지켜 보았다. 병원 앞에 다 온 윤주는 준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준수가 물었다.
“예. 아가씨 때문에 많이 좋아지셨어요. 모레 퇴원해요. 사장님은 여긴 어떻게?”
“선화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
“그랬군요. 전 그만 들어갈게요. 어머닌 점심 싸 온 거거든요.”
윤주는 또 준수한테로 향하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을 거 같아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러자 준수가 윤주의 손목을 잡았다. 윤주는 놀란 얼굴로 준수를 보았다.
“제발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준수는 윤주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
윤주는 준수의 손에 잡힌 손을 뿌리치며 준수의 행동을 막았다.
“여기서는 안 돼요. 여긴 아가씨가 일하는 병원이라고요.”
준수와의 점심 약속 때문에 2층에서 내려온 선화는 그 모습을 보았다. 선화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고 모른 척 하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 안으로 들어온 윤주는 선화랑 마주쳤다.
“아가씨.”
윤주는 방금 전 병원 앞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제대로 선화를 볼 수가 없었다.
“또 어머니 도시락 싸온 거야?”
“예. 아가씨는 어디 가세요?”
“준수씨랑 같이 점심 먹기로 했어.”
“예.”
선화가 병원문을 열고 나왔다.
“오래 기다렸어?”
선화가 물었다.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가자.”
“응. 어디 갈 거야?”
“널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
“날?”
“계속 말했었잖아? 신문기자로 일하는 내 친구가 널 한 번 봤으면 한다고. 같이 점심 먹어도 괜찮지?”
“물론.”
준수와 선화는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효석은 이미 와서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효석은 준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준수와 선화는 효석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선화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녀석이랑 결혼하시는 분을 이제야 뵙네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세 사람 다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난 너 결혼 못할 줄 알았는데. 워낙 숫기가 없어서. 준수 어디에 반했어요?”
“착해서요.”
선화의 대답은 준수의 가슴을 찔렀다. 자신은 전혀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은 지금 선화를 속이고 있었다. 웨이터가 세 사람이 주문한 안심 스테이크를 내 왔다. 세 사람은 천천히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세 사람은 식사를 다 하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선화는 병원으로 돌아갔고 준수와 효석은 버스 정류장으로 같이 걸어갔다.
“국회의원 외동딸이라 그래서 꽤 오만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 정말 마음에 들어.”
“니가 마음에 들어서 뭐 하냐?”
“그런가? 아무튼 결혼 축하한다.”
“아직 하지 않았어. 일주일 남았다고.”
“그 때 못 갈지도 몰라서 미리 축하하는 거야.”
“왜? 무슨 일 있어?”
“그런 게 아니라 기자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모르는 거라고.”
“하여튼 하는 말이라곤. 결혼식 때 안 오면 너 다신 안 본다.”
준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자신이 선화랑 결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음은 이미 윤주에게로 간 지 오래였다. 그 솔직한 마음을 선화한테 얘기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지만 막상 선화 앞에 서면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버스 정류장에 서자 효석이 일하는 신문사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효석은 그 버스에 올라탔다.
조금 후 준수의 회사로 가는 버스가 왔다. 준수는 그 버스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