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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가 깨어난지 일주일이 지났다. 준수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선화를 찾아왔다. 선화는 준수한테 미안했다. 준수랑 결혼하고 싶었다. 그래서 준수한테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었는데 한 번의 사고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젠 준수한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선화는 준수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오지마. 우리 그만 헤어지자.”
“무슨 소리야? 그게? 우린 결혼하기로 약속했잖아?”
“결혼? 이렇게 된 나랑? 동정은 이제 그만 둬도 되잖아?”
“동정이라니? 난 너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사랑? 나 다 봤어. 준수씨가 윤주랑 모텔로 들어가는 거. 준수씨가 사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윤주잖아. 그러니까 이제 윤주한테로 가. 날 더 이상 동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준수는 선화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잠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냉정을 되찾은 준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랑은... 사랑은 한순간일 뿐이야. 내가 평생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윤주가 아니라 선화 너야. 퇴원하면 우리 결혼하자.”
“난 준수씨와 결혼하지 않아. 그만 돌아가 줘. 혼자 있고 싶어.”
“오늘은 그만 갈게.”
준수는 선화의 병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