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만치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경제불황에 가뜩이나 주머니사정두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데
주인의 마음도 알아주지 못하는 빌어먹을 놈의 자동차가 인정머리 없이
주유게이지의 등불을 깜박깜박.... 밥을 달랜다.
약속장소를 조금 돌아가야겠다.
이마트 근처에 다른곳보다 기름값이 평균 50원정도 싼 주유소가 있다.
처량한거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차라리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표범이고 싶다.....'
나두 좀 그랬으면 싶다.
더욱더 싼 기름을 찾아 여리기웃 조리기웃 주유소를 찾아 헤메는 추잡한 하이에나가 아니라
가던 길 돌아가지 않구 SK주유소든, GS칼텍스, S-OIL.... 아무곳이나 정차해서
Royal credit card를 턱하니 건네면서 '만땅이유~' 목소리 높여 외쳐보고 싶다....
주인을 잘못만난 불쌍한 내 애마.....
언제쯤이 되어야 가솔린을 배터지도록 먹구 거리를 질주해 볼 수 있으려나....
겨우3만원어치 기름을 먹인 고등학생쯤 보이는 주유소알바생이 지렁지렁한 모리모양에 질겅거리며 껌을씹는 입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카드가 한도 초과인데요"
"......"
쪽팔림 당하면서 다른카드를 건넨다.
이거 은근히 진행될 오늘의 데이트에 뭔지모를 불길함이 엄습해 오는건 아닐까 찝찝한 생각이 든다.
평일이면 출퇴근 차로 항상 러쉬(rush)를 이루는 안산역~ 시화,반월공단구간의 도로가 일요일이라고 뻥 뚫렸다.
편도차선을 이곳저곳 종횡무진 악셀레더를 밟아 속력계가 주욱 올라가는 쾌감을 느끼며 음악하나를 튼다.
본조비의 'It's my life'
This.... hearted
No silent prayer..... departed
I ain't .... just a face .....in the crowd .....You're gonn.....
When I shout
It's my life
It's now or never ......
그렇다.
학교다닐때 공부안하구 땡땡이를 하두 많이 쳐서 영어가 짧다 보니까 더듬더듬 최대출력의 사운드를
틀어놓고는 따라잡지 못해서 가사부분부분 말줄임표가 붙어야한다.
그나마
자동차의 질주본능, 사운드 최대출력의 데시벨, 강렬한음악의 크라이막스 부분 'It's my life' 딱 요부분만큼만
자신있게 절대음감(?)의 기치를 세워서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따라 불러본다.
암튼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추어 들으려구 블루스, 재즈, 발라드..... 장르별로 다운 받아놓았던 CD중에서
오늘의 기분엔 락,메탈 음악을 담아놓은 CD를 스테레오에 꽂아넣었다.
신호발도 잘 받아서 본조비의 한곡 만으로도 중앙역을 통과한다.
"앞으로 한 5분 정도면 도착할거예요 준비하고 있어요"
"어디로 나가요...."
"그러게.... 그때는 한참 밤이였어 가지구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는데...
왜 거기 뽀글레인지, 까끌레인지 하나 있잖아요"
"????? 그게 뭔데요..."
"아, 미용실말야"
"집 근처에 미용실이 한두개 여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