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사랑하는 친구에게'로 시작하는 그 편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보내신 편지였다. 몇 년 만에 받은 선생님의
편지는 나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선생님은 하늘이 새파랗고 설악산이 울긋불긋 물든 가을에 학교에 오셨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아 오신 선생님은 1학년인 우리반을 맡으셨다.
한 반에 고작 열한 명. 선생님은 제 이름도 쓸 줄 모르는 꼬마들을 참 열심히
가르치셨다. 아이들 머리에서 직접 이를 잡아 주다가 선생님 머리에 옮기도 했다.
그런 선생님에게서 나는 글보다 사랑을 먼저 배웠다.
2학년이 되자마자 나는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운동장 한쪽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친구들에게 잘 있으라 인사하고,
선생님께 빨간 플라스틱 빗을 선물로 드렸다. 내가 가장 아끼는 그 빗은 요술빗이라고
부르며 인형 머리를 빗겨 주곤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빨간 빗이 선생님께 힘을
줄 거라고 상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언제나 행복하실
거예요!" 교문을 나서 뒤돌아볼 때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은 그 요술빗을 잊지 않고 계셨다. 편지에 선생님은
지금도 그 빗으로 머리를 빗는다고, 그러면 마음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어린 제자이지만 나를 '사랑하는 친구 다혜'라고 쓰신 선생님. 앞으로 살면서
많은 일이 내 앞에 펼쳐지겠지만 나는 행복할 것만 같다. 그 빗이 나와 선생님께
아직도 기쁨을 주니 정말 요술빗인가 보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임다혜 님/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