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황대권
'상대방의 행위에 뭐이 그리 안절부절인가. 바보처럼, 바다처럼 그렇게 받아 주어라!'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지만 이러한 나의 깨달음을 노래한 시 한 편 들려줄까?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제야 조금을 알겠다.// 평화는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 둘 때이며/ 행복은 그러한 마음이 위로받을 때이며/
기쁨은 비워진 두 마음이 부딪힐 때이다."
김재영 님/ 충북 충주시 교현1동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그녀가 더브(dove)콤플렉스에 대해 말해 주었다. 비둘기 암컷은 수컷한데
그렇게 헌신적이래. 그런데 일찍 죽는단다. 자기도 사랑받고 싶었는데 주기만 하니까
허기 때문에 속병이 든 거지. 사람도 그래. 내가 주는 만큼 사실은 받고 싶은 거야.
그러니 한쪽에서 계속 받기만 하는 건 상대를 죽이는 짓이야.
박인희 님/ 경남 창원시 명곡동
<길에서 만나다>, 조병준
세상 어느 길도 끝나지 않는다. 막힌 길이라도 돌아 나오면 또 길이 시작되므로.
세상 어느 누구도 같은 길을 두 번 가지 못한다. 돌아 나오는 길 또한 이미 같은
길이 아니기 때문에. 방향이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지므로. 그리고 이미 시간이
달라져 빛이 달라져 있을 것이므로. 어느 길이든, 단 한 번을 지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언제나 새로운 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세상 어느길도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두 사람이 함께 끝까지 갈 수 있는 길도 이 세상에 없다.
허미정 님/ 서울 노원구 월계동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헤리 폴. 존 크리스텐슨
"우리 할머니 얘기를 해 줄께요. 그분은 항상 사랑과 미소를 가지고 오시곤 했어요.
손자들은 모두 부엌에서 할머니를 돕고 싶어했어요. 왜냐면 할머니와 함께
설거지를 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런 과정 속에서 부엌일에 관한
상당한 지혜가 전달됐지요. 어른이 된 저는 그 옛날 할머니의 진심을 느낄 수 있어요.
적어도 할머니는 설거지하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으셨을겁니다. 단지,
할머니는 그 일을 하는데 사랑을 가지고 오신 거죠. 그리고 할머니의 마음가짐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었어요. 그래서 할머니 곁에 있으면 어떤 하찮은 일이든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송혜영 님/ 서울 성동구 용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