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지났는데도 그 일은 아직 기억이 또렷하다.
고등학생이던 그때 학교가 멀어 늘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꽤 길어 겨울에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날 아침도 한겨울이라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골목을 잔뜩 움츠린채
정류장 쪽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어두운 길 저쪽에서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쓱쓱' 비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운 새벽에 홀로 청소하시는 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쓱쓱' 비질 소리는 유난히 힘차고 경쾌했다.
아저씨의 모습이 어슴푸레 다가오고뽀얀 먼지 구름이 보였다.
아저씨 옆을 조심스럽게 지나려는데 아저씨가 비질을 갑자기 멈추며 말씀하셨다.
"아이구, 어찌나 먼지가 많이 나는지. 괜찮아요? 정말 미안해요."
아저씨는 안쓰럽다는 듯 웃으셨다. 얼른 "아니에요. 아저씨 저는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비질에 먼지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어린 학생에게까지 미안해하는 아저씨 모습에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차 올랐다.
몇걸음 앞서 걷고 난 뒤에야 멈췄던 빗자루질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며칠 뒤 아저씨를 새벽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아저씨는 나를 알아보고 웃으셨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던 그 즈음 고마움을 담은
카드를 써서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손에 쥐고 다녔지만 아저씨를 만날 수 없었다.
어둠을 가르는 힘찬 비질 소리도 더 이상 듣지 못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청소하시던 아저씨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감사하고 겸손해진다.
나현주 님/ 인천시 남동구 만수6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