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해방의 종소리 첫 음에 부산히 움직이는 똑같은 교복속에 감춰진 천 명 가량의 아이들.. 그 대부분이 세상속으로 스며든 후 텅 빈 공간에 남겨진 단 하나의 그림자, 그것은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나의 모습이었다.
기다림..
한 시간 기다림이 지루한 줄 몰라 십분처럼 앉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단 십분의 시간이나마 함께하고픈 욕심에.. 조금 더 친구로서 곁에 남고픈 이기심에 긴 시간 내 존재 잊으며 기다림에 젖어들었다.
나름대로의 생각할 시간이었던 기다림의 추억을 또 하나 가슴에 새기며 함께할 수 있게 허락된 십 분 가량의 시간을 한참 더 늘여내며 그렇게 나는 그 아이와 함께했다.
사람 그리고 사람.. 서로 모여 엮어낸 인연..
열 대가 넘을 버스를 떨구어 보내고 버스정류장을 둥지삼아 한참을 얘기하게 만든 이야깃거리..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어.."
살포시 고개 각도를 꺾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와 그런 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내가 서로의 눈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 아이는 말했다.
그래.. 부비야.. 난 털어놓고 싶어.. 누구든 붙잡고 털어놓을 그런 가벼운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실로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나를 알 수 없는.. 그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조금쯤 얘기를 듣고 싶었어.. 그 상대로 넌..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는 거.. 말 안 해도 아는 거겠지..?
돌아오는 길은 외로웠다.
금방만 해도 옆에 끼고 있던 친구 하나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피아노 가는 거 같이 가자..^-^"
"..."
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자유롭지 못함은 핑계에 지나지 않음을 알면서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함께한 후의 이별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님에도 눈물이 앞설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탁 트인 하늘이었다.
너무 탁 트여있어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을만큼 시원스레 맑은 하늘..
하지만 그 앞을 차지한 답답하게 삐죽 솟은 건물 탓이었을까..
어지간히도 어지러웠다.
대각선구도에서 조금 벗어나는 풍경인 아파트단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냥 세상 끝까지 걸어보고 싶었다. 그 어떤 기계에도 의존하지 않으며 그냥 너무 힘들때 그랬듯이, 그러듯이.. 걷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탁 트여 걷게 해야 할 길을 막아선 건물을 보며 내 시야가 가려짐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안경에 의한 둥근 틀 속에서만 판가름나는 모습들이지만, 그래도 난 원했다.
탁 트여버린 공간 아래 홀로 걸음을 옮겨둘 수 있기를..
사람이 그리웠다.
사람을 미치도록 원하고.. 그만큼 많이 원망하고..
원하고 원망하죠.. 단지 사랑만을 읊고 있지만.. 어째서.. 내가 공감해야 하지..
내가 약해지기를 바라고 있는만큼.. 차라리 비참해지리만큼 무너지기를 바라니만큼.. 누군가 잡아주길 기다리는 걸까..
그래서 그만큼 많이 원하고.. 또 원망하고..
기다리고..
- Dni mruo Yeht thgift' Nac -
- 2002.5.29. 심장떨리는 새벽 작은 눈물 받쳐들고 스쳐간 흔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