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그렇다. 어느 날 문득 잠자기 전에 참 기가막힌 생각들이 떠오른다.
하루종일 일이 꽉 막혀있다가도 이런 생각이 퍼득 들면...
내가 아직 녹슬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치만 하필이면 왜 자기 전일까? 잠들기 바로 전의 생각은 꿈까지 이어져...
너무너무 리얼하게 펼쳐짐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어떤 때는 (사실 예전부터 그랬다.)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거나
아니면 내 바지주머니나 윗주머니에 몇장의 포스트잍을 넣어둔다.
그런데... 이런 아까운 생각들이..
그렇게 잠이 들려고 하면 참 멋지게 펼쳐지다가도..
그것을 기록하려고 펜을 잡으면..
처음에는 몇자 멋드러지게 펼치다가.. 나중에는 그저그런 생각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일부러 기록을 안하기도 한다.
그냥 그 생각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겨보려고.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도 이와 좀 비슷해지는 것같다.
나란 놈은 그저 수다만 많지 정작 건질만한 좋은 표현이나 내용이 없어서..
가끔은 내가 이렇게 떠들고있으면서 뭐하나 싶기도 하다.
정작 내 생각은 이런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결국 생각이 손이나 입이란 출력장치를 거치게되면..
나름대로의 인터페이스를 거치게 되고.
그 인터페이스의 처리능력이 바로 감쇠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빠른 생각에 못미치는 이 손이나 입때문에.. 또는 주변 상황때문에..
결국 처리속도가 느린 주변장치에 CPU가 맞춰간다는 것인데..
때문에 지금 내가 타자를 치는 속도에 (거의 한 200타정도) 생각이 따라간다는 것인데..
그것은 생각만 하는 것보다 얼마나 손실이 큰가?
때문에.. 좀더 빠른 글씨를 쓰려고 좀더 명확한 말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그 과정에 있어.. 뇌가 신경을 쓰지 않도록..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자동 메크로 반응이 있으면 참 좋다.
이런 말을 하려고 하면 자동으로 습관적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참신한 생각을 하더라도.
글쓰는 사람의 글체와 말하는 말투가 어느정도 개성이 뚜렷한 것을 보면..
우리가 생각이 얼마나 손과 입의 습관의 의존하는지 알수있다.
고등학교2학년 때 담임이 내게 말했었다.
글이나 말은 어느정도 진행되면.. 이미 그것은 생각으로서가 아니라..
글 자체로서 말 자체로서 생명을 갖게되어 생각이 빨려들어간다고.
결국 글을 쓰기때문에 말을 하기때문에..
생각자체가 글와 말에 의존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되어버린다고.
처음에는 의도하지도 않았던 바가
글을 진행해가면서 (오히려 처음보다 나을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말도 그렇다. 생각은 팽팽 돌아가지만..
혹시나 이 말에 상처받지는 않을까? 내가 물로 보이지는 않을까? 이런 습관적인 것이 개입되어버려서
생각은 이런것인데 때로는 정말 이상한 방향으로 이해하는 것도 그런 것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그 자체가 어떤 경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마술처럼 생각이 없이도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그런 통쾌한 경우에는..
정말 내 손이 닳아 없어져 버릴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
말도 마찬가지.
내 생각과는 반대로 대화에 열중하다보면..
별의 별 말들이 다 오고가듯이.
생각이 글과 말의 소재가 되긴하나.
지배하기는 힘들다는 것.
마치 이 세상 모든 상하관계가 그렇기도 하다.
우위에 있으나. 언제나 그렇듯 지배하지는 못한다.
왜냐면 우리는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여..
끊임없이 불규칙하고 분방해야 하기때문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의무이기도 하다!!!-우주가 존재하기 위한.)
지배란 이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