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억하는 당신의 마지막 따스했던 모습은 아주 오래전의 그 날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형체를 드러내지 않았었지요.. 그러나 저는 기억합니다.. 마지막 그 귀찮은듯이 베풀었던 친절로 인해 당신에게서 느낀 따스함을...
그날은 바깥날씨가 어느정도 쌀쌀했던 날이었음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가족들과 친척집을 방문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8년전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아마도 제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해의 일인 것 같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밤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으려다 보니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가 없어 어느 틈에 사르르 눈을 감았었나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쌀쌀한 공기와의 마찰을 견디다못해 눈을 떴을 때.. 제가 있었던 곳은 처음의 싸늘한 방안 한 구석이 아닌 허공이었지요.. 저를 받치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당신의 그 넓었던 등이었지요...
그래요, 그 등... 참 넓고 따스했음을 기억합니다.. 그 느낌 외에는 다른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요..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었나봅니다.. 그냥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리길 원했습니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간절하게 소망했습니다. 그저 내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등에서 내려오면 영원히 당신과 떨어져버릴 것 같았기에, 당신의 그 등에서 떨어지면 나는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내가.. 아무런 의미도 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러나 저의 소망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제 이기적인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하려 했었던가요... 당신은 그 이후로 단 한번도 나를 보며 마주웃어주지 않았었지요..
당신도 꽤나 많은 일들이 답답했을테고, 세상이 만만하지 않아 두려웠을테고, 당신도 힘들었을 것임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나눠가지는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당신이 모르고 있음이 정말이지 가슴아픈 고난과 역경의 연속을 불러왔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힘들었던 그 나날들이 지나고...
그 이후로는 당신이 밉기보다는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정심과 연민... 왜 이런 느낌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눈물을 쏟았지요.
지금은 당신의 이름 석자를 들을때마다 언제나 눈물이 고이려함을 마음을 다잡고 참고 있지요. [아버지]란 호칭으로, 때론 [아빠]란 호칭으로 함께했던 당신과의 추억이랄 수 없는 아픈 기억들을 덮어두고 잊고 싶으니까... 그게 당신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지금...
당신의 이름은...
이 세상 어떤 단어보다도 슬프고
이 세상 어떤 슬픔보다도 나를 아프게 합니다.
당신은 눈물입니다.
당신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보면 이유도 모른채 함께 울곤 했던 저의 버릇이 그대로 나와버리는 바람에 저는 눈물이 되어버린 당신을 바라보면.. 언제나처럼 그렇게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버릇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