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여유'
긴 시간
영혼을 쥐어 짜듯
혼신을 기울이다 보면
문득,
허탈한 감상에 빠져 들 때가 있다.
누구를 위하여...
또, 무엇을 위하여...
시간의 흐름이
짐짓 빠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
인생의 중반을 훌쩍 넘어 선
타인처럼 낯설기만 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또 하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긴 시간에의 여행에서 돌아 온
낯선 나그네처럼
모든 것이 나를 피해 돌아 눕는다.
숨가쁘게 뛰어 왔고
또, 숨가쁘게 뛰어 가야 할 길을
망연히 바라 본다.
이유없이 좇는 시간들,
그리고 그 공간들...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머잖아 묻혀 버릴 뿐인데...
왜 풀잎을 기는 저 달팽이처럼...
왜 저 하늘을 가로 지르는 기러기떼 처럼...
그리 살기를 갈망하는 나에겐
한줌의 여유마저 허용않는가?
왜 나의 시계는 부질없이 촌각을 재깍이며
시간을 재촉하는가?
왜 회색빛 도는 세상은
나의 발길을 재촉하는가?
이 긴밤이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들 아침을 맞게되면
나는 한줌의 여유를 찾으리라.
시각에 속박없이
느긋한 저 달팽이를 본 받으리라.
막힌 벽없이 터진 창공을
훨훨 날으는 저 기러기를 본 받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