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누리며 원하는 것을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
대부분의 것들을 포기했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책도 단 한 권 읽지 않았고,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잠도 이겨버렸다.
그때 내게 남았던 것은 12년간의 바람과 음악과 공부 뿐이었다.
그게 옳은 선택이라 믿었다.
난 치열하게 삶을 살고 싶었다.
수능이 끝나 모든 상황이 종료된 다음..
난 의사가 되고 싶었다.
내 모든 사고는 그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결국엔 한의대를 지망하고 말았다.
심지어 의사인 삼촌도 의대는 이제 한물 갔다며
치대나 한의대를 권하셨다.
난 그냥 따랐다. 의사가 되고 싶었으면서. 결국 의사인건 마찬가지라며.
난 한의대에 합격했다.
한의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대학에 합격했다.
광주출신 합격생 4명 중에서 유일한 여자 재학생으로 합격했다.
처음엔 기뻤다.
남들이 다 부러워했으므로.
난 지금 행복하지 않다.
작년에 포기했던 것 중엔 아주 친했던 친구와의 우정도 있으므로.
결국 의사인 건 마찬가지겠지만 내게 한의학은 생소하므로.
이제 고3이 된 후배들은 나를 부러워하며 수험생활을 시작하겠지만
내가 다시 고3이 된다면.. 그때는 이렇게 하지 않을것 같다.
조금 평범하게 살면 어때서.
남들 졸업할 때 같이 졸업하고, 같은 시기에 취업 걱정하면 뭐가 어때서.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따른다는 말처럼..
지금 나도 후회를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