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한동안 켜두지 않았던 메신저를 켜본다.
행여나 반가운 얼굴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열어본 메신저엔
달랑 내 이름 석자 뿐이다.
그대로 꺼버릴까 하다 그것마저 귀찮은지라 내버려둔다.
메신저를 키는 동시에 보였던 읽지 않은 메일이 있다는 걸 기억 해둔채
얼마전부터 맞들린 고스톱을 열중한다.
그러나
눈과 마우스만 모니터를 향해 있을뿐
내 머리속은 온통 다른곳을 향한다.
그 속에 차지한건 그 읽지 않은 메일 45통..
보나마나 스펨메일 일텐데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서 인지 고스톱 머니는 자꾸 줄어든다.
나는 도박꾼이 될 재주는 안갖고 있나보다. 풋..
결국은 그렇게 슬그머니 빠져나와 메일 함을 열어본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어쩜.. 그 45통 전부가 스펨메일인지..
내가 아는 이름은 하나도 보이지가 않는다.
간혹..
오빠.. 어쩌구 하는 성인광고도 보인다.
나도 모르는 시간에 나는 한 여성의 오빠가 되어 있었고 사장님이 되 있었고
친구가 되 있었다.
모두들 처음 보는 이름..
여자인 내게 오빠라는 호칭을 쓰며 유혹 하는 그녀의 글귀가 괜히 궁금해지지만
열어보지 않는다.
행여 인터넷창이 여러개가 갑작스레 떠서 당황하게 될것 같아..
제목도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은 메일들은 고스란히 휴지통으로 들어가버린다.
문득 재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죽어라 만들고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걸 죽어라 지우는 사람이 있으니..
후훗..;
이제는 오빠 라는 호칭의 성인 광고보다는 언니 라는 호칭을 달은 광고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어쩌면 은근히 그런 메일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만 열어 보지 않으면 지우기도 벅찰 정도로 꽉 차 있는 메일 함을 볼때마다
차라리 없애 버릴까 하는 생각도 가득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다.
언젠가는..
정말 반가운 이름의 메일이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