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할머니랑 뻔데기를 사 먹었어요.
하하-오랜만에 먹으려니 잘 먹어지질 않더군요.
어릴적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으레 누구가 무엇을 못먹기에 라는 말이 나올때면
나는 못먹는게 없이 다 잘먹는 다며
뻔데기쯤 쉽게 넘길 음식이라 했는데,
오랜만에 먹어보니 이것도 참 먹기 힘들게 생겨 관두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무슨 생각 하시는지
저더러 먹으라고 자꾸 권하시기만 하고
종이컵 하나 담아 천원하는 뻔데기 당신 드시는게
제 몫에 차질을 줄까 당신의 그 따뜻한 눈
자꾸 먼 발치로 돌리십니다.
\"저번에 테레비서 들으니 요게 그렇게 몸에 좋다더라.당뇨에도 좋고
또 뭣에 좋다더라 어쨌든 참 좋은 보약이라더라
그러니까 팍팍 찍어서 많이 먹어라...\"
징그럽다는 생각이 고개들지 못하고 목메는 뻔데기앞에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할머니 3년만 기다리세요^^.
돈 벌면 제가 이것보다 더 맛있고 좋은 보양음식 사드릴께요.\"
차에 올라타며 쉼없이 흔들어 대는 내 손바닥 넘어로
할머니 손에 쥐인 뻔데기 담긴 종이컵이 아스라히 사라져 갑니다.
깊고 잔잔하게 투영된 당신의 사랑을 보이지 않게
제 가슴 깊은곳에 누입니다.
당신.당신만큼 사랑하며 배려하며 살고자 합니다.
\"네가 지금 무슨 돈이 있다고.......\"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고 내가 할머니 생각하는 것보다
할머니께서 절 더 생각하시는걸 모르지 않기에
죄스러운 마음에 자꾸 당신의 목메는 사랑을 잊고도 싶어 집니다.
...당신은 오늘도
초라한 뻔데기 한컵에서 사랑을 배우게 하십니다.
당신을 곳곳에 두어 기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