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이제 2월도 중반을 훨씬 넘기고
종일 내리는 비는 봄비인가 보다.
아직 바깥날씨는 싸늘한데
분명 겨울은 아니겠기에 틀림없는 봄비인가 보다.
봄비!
난 봄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마다
한편으로는 외로움 비슷한 감상에 잠기고
또 한편으로는 막연한 기다림 비슷한 감상에 빠져들 때가 많다.
물론 나라고 해서
가슴저미는 이러한 감상속에 빠져드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다.
오히려 환희에 빠져 들고 싶고 기쁨에 충만되고 싶다.
왜 외로움이란 감상이 그리고 기다림이란 감상이
그러한 회색빛 우중충한 감상들이 나를 괴롭히는가?
이러한 봄비가 하루종일 추적거리며 내릴 때에는
떠오르는 기억들마다 회색빛이다.
봄비!
생명의 탄생을 예고한다는 봄비.
긴 겨울,
동면으로부터 기지개를 켜며
새순들이 움틀 수 있도록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 준다는 봄비.
모든 것의 시작을 알린다는 봄비로부터
마치 나만이 소외된 듯한
그러한 처절한 외로움이 밀려 온다.
이러한 봄비가 내리는 날.
오직 나만을 바라 보며
오직 내 말에만 귀를 기울여 줄 그런 님과 마주하고 싶다.
둥근탁자 마주하고
촛불을 사이에 두고
커피향을 맡으며
웃음끼로 물들은 그 님의 장난에 맞장구를 치고 싶다.
이러한 작은 소망 마저도
나에게는 크나 큰 사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