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방을 도배하고 옛물건 제자리에 모두 갖추고
하나하나 내방을 재정비하며 추억들도 차곡차곡 정리해가다
때묻은 추억상자를 발견한다.
다락에도 두어상자.
내방 구석진 곳에서 나왔다던 촌스런 종이뭉치들..
내어린날 친구들의 생일 초대장 ..
손수 그리고 오려서 만든 어설프나 소중했던 크리스마스카드..
새해소망 연하장..
친구들과 떨어져 전학이란 걸 오게된후 난 더욱 편지나르고 옮기기에 열중하게되었다.
친한 몇몇친구들만 편지를 보내왔었는데..
어느순간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까지 사진이며 편지며..
마치 유행처럼 나에게 편지를 보내주었다.
그중 한친구는 학교다닐때는 오히려 라이벌이었는데 고등학교때까지 서로를 격려해주며 다독여주는 절친한 사이까지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야간자율학습이란걸 하며 멀리 떨어진 자리의 친구가 건네준 작은 종이쪽지들..
그중에선 친구 부모님 젋은시절 사진도 들어있었더랬다.
..지금은 어느 하늘나라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계실 국사선생님의 사랑어린 편지도..그속에 있었다.
오직 사랑만으로 거친 세상 선생님의 소원대로 이루시려다..
결국..우리들 사랑속에 묻혀버리신..
힘든날 꿈속에서나 잠시 목소리 들려주시고 모습 보여주시던 선생님도 내 추억상자에 고이 모셔져있었다니..
한친구는 매일매일 주고받는 편지 건네기가 성가시니 비밀노트교환을 하자고 제안하더니 어느새 그 비밀노트가 다섯권을 훌쩍 넘겼버렸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내수년간의 추억들은 해가 거듭되고 삶의 장소가 옮겨져도
짐스럽다며 버리라던 엄마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삶속에 소중한 끈이 되어 내 어린날도..내 소녀시절도 모두 담고 있는 낡고 빛바랜 소중한 보물상자..
내추억상자..
차곡차곡 쌓여가던 편지의 양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추억을 더듬는 행복만은 몇곱절 불어나고 있다..
내나이에서 곱하기 몇번은 더해도 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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