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고 저렇게 머리를 만져본다.
뭐 그래봐야 상판은 거기에서 거기에 머물러 있는걸 뻔히 알고 있지만서두
왠지모르게 2:8, 7:3 가르마의 효과가 탁월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한참 거울앞에서 씨름을 해보인다.
그런대로 거울앞에서 내 모습에 타협이 끝날쯤
'오~ 살인미소'
완, 투! 거울을 향해 스트레이트도 날려본다.
얼마전 보았던 능글거리는 고양이 '가필드'의 영화속 한 장면에 배꼽이 빠져라 웃어댄 이후로
나역시 자연스럽게 패러디 하고 있는거다.
암튼 외출을 하기 전 거울앞에서 당당해져 볼 수 있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나르시즘에 빠져보는것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
하지만 현관문을 나서기 전,
망설임끝에 다시금 모든것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백수'라고 하는 케케묵은 냄새가 그림자처럼 질질 끌려다니는 기분을 오늘만큼은 아예 감금시켜 버리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단지..... 그냥!
아니, 그냥이라는 말은 너무도 성의 없는 답변이다.
입고있는 남방이나 바지가
어제저녁에 담배가 떨어져 구찮은 몸을 이끌고 슬리퍼 질질 끌어가면서 구멍가게에 다녀왔던 컨셉인걸 발견했다.
"먼저 나오지 말고요 내가 집 근처로 갈테니까 이따가 전화하면 나와요"
"뭐야~ 우리집.... 어떻게 알아요."
"얼라려? 차암 치매끼가 다부져서 기억줄 동여매지도 못하고, 기억도 안나죠?"
"......."
"그냥 이따가 전화하면 나와요 고얀하게 머리 아프게 집을 아네모르네 신경쓰지 말고요"
약속시간의 여유를 위해 먼저 정해놓았던 장소를 변경했다.
새롭게 코디를 바꾸기 위해 잠바부터 하나, 남방.... 바지... 런닝.....
마지막 소말리아(?)만 멀뚱거리게 남겨놓고는 몸뚱으로 옷장을 뒤지기 시작한다.
총공습을 받은 옷장속의 옷은 텅 비어져 가고 그 잔해물이 침대에 픽픽 쓰러지는 현장사이로
마지막, 넥타이가 내 목을 조여오면서 준비를 마쳤다.
'열심히 준비한 당신! 떠나라'
광고의 한 장면을 머리속으로 카피해가면서 스스로 만족을 하고 안방을 나서기 전.
눈에 들어오는 늘어놓은 옷들?
에이~
혹시 알어?
간간이 집에 들리는 누나가 사악 청소라도 해줄지.
안그래도 작전을 짤 때가 오기는 했다.
'누나 혹시 김치좀 있어?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려는데 김치가 똑 떨어져버렸네'
라던지
'어떻게 된거지? 난(蘭) 끝이 파르르한게 이거 죽는거 아녀?'
그러면 화훼가 취미인 누나의 열정에, 그리구 막내동생에 대한 장녀로서의 의무감을 가지구 누나는
보자기로 꽁꽁 동여맨 김치통을 들고 내 집을 찾아와 줄 것이다.
깔끔녀, 누나의 성격상 집안꼴을 그대루 묵과 하지도 않을거구.
난 그냥 날로먹는 기분으로 현관문만 열면 되는 잔머리 작전.
문론 노는놈이 집구석이라도 치우고 살아라, 죽어라 잔소리의 옵션이야 있겠지만
거기에서도 빠져나갈 구멍은 이미 세워졌다.
'아니 내가 김치가 필요하다구만 했지, 방청소를 하라구 했어? 그렇게 잔소리 할려면 아까 그대루 해놔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으로 나가는 거다.
그게 아니면 역발상으로 최대한 비굴한 버젼으로
'와이구 우리누나 내가 난중에 돈 마니마니 벌어서 우리누나 호강만 시켜주구 살아야 하는데 쫌만 기둘려 응?응?'
그렇게 있는힘껏 어깨를 주물러 주는거다.
그래야만 '어깨아퍼 그만해' 소리가 나오지 정당히 어깨를 주물러서
'그래 조금만 더, 아유 시원해라~' 그런 반응이 나오게 되면 꼼짝못하고 계속 주물러 줘야한다.
미션 임파서블?
네버(never)!
백수라고 함은 미래의 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기회가 다다르면 언제 어느때고 실전에 투입되어 한 몫 끌어댕겨낼 수
있는 현재의 우수 잉여인력 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백수인 내가 내린 정의다. 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