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3부. 아무것도 없다.(2) 부제 - to. my dear..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학교 근처의 마트에 항상 들리고는 한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요리를 하는 일은 매우 귀찮기 때문에 대부분이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을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 내지는 빵 종류가 많다.
물론 닭가슴살 같은 유행적 음식은 습관적으로 고른다. - 일단은 나도 뒤처지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담배도 한갑 사기로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담배는 법으로도 막
더니 겨우 몇 살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거기서 배제된다는게 우습다. 고3의 나와 지금의 나는 키도 비
슷하고 생각하는것도 그다지 다르지 않고, 그저 시간만 조금 흘렀을 뿐인데, 차라리 그 시절에도 건강상
의 이유로 담배를 금지 시켰다면 오히려 덜 불쾌했을텐데..
아무리 봐도 금연은 권장 사항이지 그것을 이유로 엎드려서 몽둥이를 맞는다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인간 쓰레기 취급 받을 건덕지는 되지 못한다. 몽둥이를 휘두르고 뺨을 갈겨되는 그들의 안주머니의 담배는
건강초라도 된다는건가? 우습다. 당연하다라고 말하는 모든 것은 우습다.
오늘은 아마도 3번의 샤워를 할 것 같다.
하루에 3번이나 샤워하는 날은 드문데, 그 몇가지 예로서 수업이 끝나고 농구를 했다거나 혹은 날씨가
너무 덥다거나 같은 이유. 하지만 오늘처럼 싸늘한 날 3번이나 샤워를 했다는 것은 오늘이 금요일 저녁
이라는데 있다. 친구와 함께 홍대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가깝고 그곳만큼 자유로운 곳도 없을
테니까 - 라고 적어도 대학교 2학년때 까지는 생각했다.
지방에서도 홍대 클럽은 입에 오르락 내리락 했고, 신입생 때에는 모험의 성지정도로 내게는 보였다. 그
곳에 간다는것이 뭔가 굉장한 일을 이룬다는 생각을 해서 였을까. 물론 맨 처음 형들을 따라간 홍대의
NB는 내게 말 그대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지금은 사라 졌지만 그 당시에는 작은방 쪽 천장에서 물을
뿌려대기도 했고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 물을 뿌렸다), 난 그곳에서 처음으로 이성과 몸
을 밀착시켜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내게 가져다 주었을때 나는 조금도 불쾌하지
도 어색하지도 않게 담배를 받아서 있는 힘껏 빨아드렸다. (물론 그녀가 보지 못하게 작은 기침을 하긴
했지만)
그러나 모든 자극이 그러하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것의 실체가 어렵풋이 보이기 마련이다.
처음에 화려해만 보였던 클럽은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번은 밤새도록 놀
다가 클럽이 문 닫을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는데 막상 싸이키 조명도 꺼지고 조용해진 그곳은 매우 초라
했다. 바닥은 침과 사람들이 마시던 맥주, 그리고 담배 꽁초로 길바닥보다도 더러웠고 음악소리와 형형
색색의 빛이 사라진 그곳은 지하 창고와 다르지 않았다. 갑자기 공기마저 더럽게 느껴졌다.
그곳에 몸을 흔들어대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신선해 보였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그냥 술취한 내 친구
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작 제대로 즐기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남자들은 모두 곁눈
질로 여기저기 훓어되며, 다들 들썩 들썩 어깨춤만 춰되고 있었다. 뭐랄까, 그저 취해있는 모습 뿐이였
다. 내가 찾는 것은 좀더 열정적이 그 무엇이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처음간 NB가 두 번째 NB를 만
들 즈음에는 나는 더 이상 클럽에서 뭔가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곳은 한겨울에 가도 돼지우리 마냥 가득 차이는 사람들 틈에서 땀을 흘려야만 했으니까. M2라거나 캣츠 아이도 마찬가지, 심지어 사람이 적어서 즐겨 가던 후퍼도 어느새 사람들이 늘어나 있었다.
한번은 이태원에 있는 유명한 클럽을 간적이 있다.
모 연예인이 한다는 그 클럽에는 모델들이 주로 온다고 얘기 들었다. 그날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
라 특히나 물이 좋을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거기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다들 목에 힘을 바짝 주
고서, 어깨만 들썩 거리며 상대를 감시나 하고 있던 것이다. -글쎄, 나도 그랬던 것 같긴 하다.- 뭔가 자
유롭게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되었던 그 공간에서도 결국 다들 자기가 어떻게 보일까 내지는 내가 입
고 있는 옷이 먹어줄까하는 제스쳐만 보이고 있었다. 장소가 바뀐다고 자유로워 질수 있는 것은 아닌데
난 뭘 찾으려고 했던 것일까. 더 웃긴건 한달정도 뒤에 그날의 이벤트를 리뷰한 기사가 유명잡지에 실렸
는데, 난 그 글을 읽고 맥이 빠져 버렸다. 대략 간추려보자면 '그 날의 이벤트에는 가장 '핫'한 '패션피
플'들이 모였었고, 모두가 자유로웠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마 내가 눈이 삔것이거나 그날 그 기자는
그곳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아직도 홍대를 간다. 내게 아직도 클럽에 발을 들이는 유일한 이유는 새로운 사람-아니 새로운 여자-과 만나기 위해서 라고 해야겠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클럽안에서 춤을 추면서 우리쪽 인원과 상대방의 인원의 수를 비교해본다. 그리고 춤추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춤을 추다가 적당한 타이밍
에 슬쩍 그녀 앞으로가서 가벼운 인사와 함께 같이 어깨를 흔든다 -정말 클럽에 조명과 음악이 없었
다면 또라이 같은 짓이 였을텐데- 그녀의 반응을 본다. 웃으면 그걸로 OK. 대략 지금까지 확률은 반정도
는 되지 않았을까. 함께 춤을 추면서 허리에 손을 대기도 하고 가끔 귀에대고 나이라거나 몇 명의 친구
와 왔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나가서 친구들과 한잔 더하자고 말한다. 되거나 말거
나 상관없다. 이곳에는 사람이 없는 공간보다 서있는 공간이 더 많으니까.
사실 그렇게 성공해도, 별다른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처음에드는 생각은 '아직은 먹히네'정도의 성취감, 그리고 정작 나가서 술마시며 웃고 떠들고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하다 보면 아침해가 뜬다. 모텔로 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래 본적은 없다. 연락처는 받지만 연락 하지는 않는다. 술값도 우리쪽에서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말은 평일보다 클럽이 비싸기도 하니깐, 이것저것 손해보는 기분이지만 그래
도 금요일이면 홍대를 가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다들 가니까. 둘째, 아직까지는 내게 자극이 남
아있으니까.-낮선 여자와 술마시고 진지한척 얘기 하는게 - 어쩌면 이건 아직까지 원나잇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극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해보지 않은 일을 남겨둘 생각이다.
그렇게 놀고 집으로 돌아오면 죽을 만큼 피곤해도 일단 샤워부터 한다. 의미없다고 시시하다고 말하면
서도 정작 다른 할 일 같은건 없어서 그렇게 보낸 시간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씻어 내고 싶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에 이미 내눈앞에서 현관문이 보인다.
장본것들을 냉장고에 가득 채워두고서는 방금 산 담배를 들고 현관문을 나선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아
파트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파트에는 근사한 옥상이 있는데, 얼마전부터 아파트 단지 사람들-아
주머니들-의 요구로 옥상을 빨래 건조 등의 목적을 이유로 개방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물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끼익... 아파트 옥상 문이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저어기 옥상 난간에 꼬마가 신발을 벗고 난간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