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1부. 사막과 모래바람.
스스스... 스스스.. 스스..
상상해보자. (내가 당신 옆에 있다면 눈을 감은채로 상상만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용히 속삭여 줄 수 있겠지만)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내가 내려다보는 이 광경을 최대한 구체화하는 것이다. 일단 전체적인 색감은 사막의 색이 맞다. 즉, 그림의 바탕색은 모래색, 티비에 나오던 사막에서처럼 연한 갈색, 아니 조금은 탁한 황금빛이 그림의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상공에서 이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데, 뚜렷한 윤곽같은것은 보이지 않고, 일단은 전체적인 색감이 전해져 오는것이다. 지금의 기온은 분명히 높은 상태이지만 전혀 땀에 젖은듯한 찝찝함은 없다. 왜냐하면 매우 건조한 공기 때문이다. 사막이기 때문에 매우 건조한 모래바람이 불어와서 우리의 땀구멍으로 조금의 수분이라도 나오려하면 이내 앗아가버리는 그런 강렬한 건조함이 손끝에서부터 저릿저릿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보여지던 이 전경을 좀더 줌인 해보도록 하자.
아! 그전에 좌우로 고개를 돌려볼까. 왼쪽으로 고개돌린 사막과 오른쪽으로 고개돌린 사막은 지평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모래바닥과 닿아있지 않다. 즉 모래위에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것이다. 심지어 누군가의 발자국 조차 올라와 있지 않다. 황량함. 그렇다 그 단어가 지닌 의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막이다. 입을열어 황량하다 라고 말하면 그 순간 말하는 당신마저 그 황량함이 되어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고요, 황량, 건조.
이제 당신의 시야의 크기를 좁히고 모래대지와 우리의 사이를 좁히도록 한다. 우리가 육체를 가진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단지 시야를 통해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만은 확인 할 수 있다. 급하게 내려갈 필요는 없다. 천천히 건조한 모래 바람에 너무 건조해지지 않을만큼 천천히 거대한 에드벌룬에서 공기가 조금씩 새어나가 대지로 내려 앉듯이, 그리고 이곳의 분위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천천히 내려간다. 깔끔하게 펼쳐져 있는 사막의 대지면위에 작은 돌기가 하나 보인다. 아직은 그 형태가 정확히 들어나지는 않고 있으며 우리는 주위에 그것과 비교할 것이 없기 때문에 그 크기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하지만 조금씩 다가갈수록 모래바닥위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한 사나이가 보인다.
그는 얼마전까지 욕조안에 누워있던 사내였으며, 지금은 모래위에 맨몸으로 누워있다. 조금더 다가가도록 한다. 그의 상체가 미세하게 상하 운동을 반복하며 그의 호흡의 근거가 되어준다. 여기까지.
이곳은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고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는 사막의 시작점. 과거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지금이 처음이라 불러야 하겠지만, 미래가 존재할곳도 아니기 때문에 처음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막에 존재하는것은 모래와 사내, 그리고 소리.
이제 우리와 그의 간격은 말그대로 손내밀면 닿을 거리가 되었다. 사내는 눈을 뜨고 우리를 꿰뚫어 하늘을 본다. 그와 함께 시선을 공유해보자. 즉 등뒤를 돌아보자.
파란 하늘, 태양도 구름도 별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깊은 파랑의 하늘만이 있다.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그것은 그곳으로부터 곧 쏟아져 내릴것만 같다. 단지 위쪽에 매달려 있는 파란 덩어리.
사내가 몸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