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르르르를르....ㅇ 전하 바드세여어~~~~ 빨리여여어~~~ 그리구우 행복한 하루되세여어~~~~~~'
이제 예닐곱살쯤 옹알이 갖 지나가는 아이가 녹음했을것 같은 컬러링 소리를 들으면서 휴대폰을 집어든다.
액정에 뜨는 전화번호..
어? ... 어이어이....
두어번 아이의 목소리를 더 들을동안 받을까말까 고민하다가는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왜 빨리빨리 전화 안받으세요"
아~ 이 아가씨. 피곤하다.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에요 저요"
"근까 니가 누군디요"
"한참 기분 구려지려구 하네. 나 너 주인님인데요"
"그거 이미 유통기한 한참지나 공소시효 말소된지 오래라구 알고 있는디요"
"난 아직 본전도 못 뺐는데요"
"이자까지 지불할테니까 계좌번호 불러요"
"불은 아저씨네 아궁이에다가 넣고요....."
아 진짜 피곤하다. 어쩌다가 그 많고많은 여자중에서 이 여자한테 팔려가지구 이리도 정신없이 또 하루가 와버렸다.
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통화를 벌써 1주일째, 나도 은근슬쩍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건 아닌가....
한마디한마디 툭 던져지는 말을 되받아치는 그녀의 현란한 애드립에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다.
"뭐 하구 계세요"
"뭐하긴요 먹구살라구 일하구 있죠"
"요즘 세상에 일요일에도 일해요?"
"오늘 일요일이요?"
"진짜 백수 맞나봐~ 요일가는것도 모르게 방구석 뒹굴다니는거 아냐?"
진짜 그렇다.
순간 심각해지는걸 느끼고 있는 나였다.
적어도 요일가는것 정도는 인식할 줄 아는 백수가 되어야 百壽(백수)를 누릴 수 있을텐데
어제 몇시에 잠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덴젤 워싱턴이 주연으로 나오는영화 '데자뷰'를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잠이 들었었는데
24시간 돌아가는 채널 OCN은 이제 '가문의영광' 정준호가 김정은이 오라버니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끌려간 술집에서
자신의 애인이 모델출신과 바람피우는걸 목격하는 부분이 방영하고 있을때 깨어났다.
그렇게 또 재탕삼탕 지나가는 영화 꾸물거리면서 이불속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백수의 껍질을 파괴하지 못하다가
슬슬 배가 고파 음식점 가이드북 뒤적뒤적 하는중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것이다.
"오늘 시간 되요?"
"시간이 뭐 밥이고 반찬이요? 되고 안되고 하게....근데 왜요"
"너 계속 말 뵈뵈 꼬지 마시구요 쫌 있다 나올래요? 영화나보게"
원래 그렇다.
진지한 남녀관계라는건 전화를 하는사람도 받는사람도 서로서로 조심조심,
상대방에게 필요이상의 불편함과 불쾌감을 최소화 해야한다는 의무감, 그런걸 의식하면서 속삭이듯 이루어 져야 하는
의식이 갖 알게 된 사람과의,연인과의,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유지해야 하느것이 공통분모의 공식이다.
근데 나와 쟤는 보는바대로 그런예의는 눈꼽의 초정밀 박테리아 크기만큼도 없다.
'6년째 열애중' 보다 더 권태기의 인간관계에서나 나올법한 대화가 오고가는 우리사이는
이제겨우 만난지 일주일.... 쪼금 더 써서 8일째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