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리는 사람들 모두들 어디를 가는지 바쁘게 움직인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교대를 가려고 하는데 난 왜 발걸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초등학생을 가르키려고 겨우 공부를 하고 재수를 했나 하는 친구들의 소리가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묻혀 귓가에 왕왕거린다. 지하철 경적이 요란하게 울리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먼저 자리를 잡으려 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는 꼴이란..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출입문 귀퉁이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데 대낮부터 무슨 술을 그리 마셨는지 쾌쾌한 술냄새가 나는 내 또래 녀석이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쳐박고 자고 있다. 머리가 좌우리 흔들리면서 내 손에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까칠까칠한 수염이 손을 스치는데 꽤 꽤름직한 녀석이다. 이 녀석도 나처럼 찜찜한 일이 있었는가보다하는데 입을 벌리고 고개를 뒤로 박고 자고있는 모습이란 참 처량한 일이다.
자리에 서서 내릴 코스를 보니 7정거장이 남았다. 연산동 - 교대 - - 부산대학교..
아 그때 부산대학교라도 갈 것을 왜 공부하고 더 후진대학교를 왔지! 혼자 또 자책하게 된다.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얼굴이 발개지는 느낌이다. 수치스러움 쪽팔림 그런 곳에 발걸음을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한 생각이 들어 눈을 지긋이 감았다.
잠시 후에 교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열차 신호음이 들린다. 마음같아선 부산대학교 정거장에서 내리고 싶지만 다시 걸어오기엔 너무 먼거리다. 문이 열리자 가방을 들고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국제신문을 지나서 교대로 올라가는데 무슨 대학교 정문 거리가 좁은 골목길 같다. 작은 식당들 몇개가 눈에 들어온다. 더벅머리에 초스럽게 생긴 학생들 몇명도 보인다. 아! 한숨이 절로난다.
정문 앞엔 작은 슈퍼하나와 떡볶이 집이 있다. 뭐를 먹는지 학생 몇명이 서서 먹고 있다.
정문을 들어서려고 하는데 교복은 입은 초등학생들이 대학정문이라는 곳을 걸어나오고 있다.
이곳은 대학 정문이라기보다 그냥 사립초등학교 정문처럼 보인다. 초등학교 정문 안에는 낮은 건물 몇동이 줄지어 있고 오르간 소리가 서늘서늘 들려온다. 어렸을적 들었던 초등학교 동요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서 나의 한숨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