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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마련이 되었다. 준수는 윤주를 만나기 위해 선화의 집으로 찾아갔다. 벨을 누르자 윤주가 인터폰을 받았다. 윤주는 인터폰 영상에 뜬 준수를 보자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는 지금 안 계신데요.”
“선화가 아닌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저 번에 말한 돈을 갖다 드리러.”
문이 열렸다. 준수는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거실에는 윤주 혼자만 있었다. 윤주는 진공 청소기로 거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앉으세요. 차 내올게요.”
준수는 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곧 윤주가 차를 내와 준수와 마주 보며 앉았다.
준수는 준비한 돈을 윤주한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차 마시고 나면 그만 돌아가 주세요.”
“제가 싫은 건가요?”
“전 아가씨를 배신할 수 없어요.”
“선화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마음은 배반해도 된다는 건가요? 이번 주 일요일 날 1시에 에버랜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오고 안 오고는 윤주씨 의사에 맡기겠습니다.”
준수는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갔다. 윤주는 두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준수한테 빠져 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선화를 배신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일요일, 윤주는 일요일이 오지 않고 시간이 멈춰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선화는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아 윤주 혼자 집에 있었다.
“아가씨,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했어요.”
“아, 그 얘기는 들었어.”
“예?”
"낮에 준수랑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준수가 얘기를 하더군. 니가 어제 찾아 왔었다고.”
“죄송해요.”
“니가 죄송할 게 뭐 있어? 그나저나 놀랬어. 어렸을 때 준수를 구해준 사람이 윤주 아버님이었다니. 아무튼 어머니한테 잘 말씀드려. 하루 빨리 수술을 하는 게 낫다고.”
“예. 수술은 아가씨가 해 주시는 거죠?”
“꼭 내가 할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어려운 수술도 아니고 우리 병원엔 나보다 훌륭한 의사도 많다고.”
“전 그래도 아가씨가 해 주셨으면 해요. 부탁드릴게요. 아가씨가 해 주세요.”
“정 그렇다면 원장선생님한테 얘기해 볼게.”
“감사합니다. 의원님하고 사모님은 오늘 저녁 먹고 들어온다고 아가씨 들어오면 저녁 차려 드리라고 했어요.”
“그래, 그럼 같이 준비해서 먹지.”
“아니에요. 제가 준비할게요.”
“괜찮아. 그리고 내 속셈은 너한테 요리나 배워 보려는 거라고. 그래야 결혼해서 남편한테 사랑 받지. ”
선화와 윤주는 저녁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윤주는 자신과 같이 저녁을 준비하는 선화를 보자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준수씨는 선화 아가씨랑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었다. 어쩌자고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윤주는 시계를 보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이대로 일요일이 온다면 어떻게 될는지 윤주는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무슨 걱정 있어?”
선화가 윤주의 얼굴이 편치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
“아, 아니에요.”
윤주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야채를 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