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요일, 날은 여행을 가기에 안성맞춤일 정도로 좋았다. 오후 1시, 준수는 에버랜드 앞에서 윤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방적인 통보였기에 윤주가 올지 안 올지는 알 수가 없었다. 윤주의 고민은 준수도 잘 알고 있었다. 윤주는 계속해서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결론을 내야 하는 문제였고 그것은 윤주가 결정해야 할 몫이었다. 준수는 윤주한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내라고 저번에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이었다.
1시, 윤주가 준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윤주의 감정이 윤주의 이성을 이긴 것이었다.
“와 주었군요.”
준수는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이러면 아가씨는 어떻게 되는 거죠?”
윤주는 자꾸 선화한테 죄를 짓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선화 얘기는 하지 말도록 하죠.”
윤주는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에버랜드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놀이공원에서 즐겁게 놀았고 호암 미술관에 들러 미술품들을 감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둘은 준수의 차를 세워 놓은 주차장으로 와서 차에 올라탔다. 준수가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윤주의 집인 구룡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어머니 수술 날짜는 잡혔나요?”
“예. 아가씨가 수술해 주기로 했어요.”
“결국 선아한테 말해야 겠죠. 선아가 눈치채기 전에.”
“그래야겠죠.”
윤주는 한없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내릴게요.”
“예. 오늘 즐거웠어요. 또 연락할게요.”
윤주는 차에서 내렸고 준수는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핸드폰이 울려 준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선화였다.
“지금 집에 가고 있어.”
“난 너 집에 있을 줄 알고 너희 집에 왔는데 뭐 하다가 이제야 오는 거야?”
“친구 만났어. 왜 저 번에 말했잖아? 널 보고 싶어하는 신문기자 친구가 있다고.”
“그럼 날 부르지.”
“미안. 내가 원래 건망증이 좀 심하잖아?”
준수는 윤주를 만나고부터 자신이 선화한테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아무튼 빨리 와. 난 1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알았어. 금방갈게.”
준수는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