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기가막힌 반전으로 덕쇠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셨을거다.
아무렴 시골의 어르신들이 이기적이지 않고, 손익계산법도 모르게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 일지라도 미신은 그냥 미신일뿐, 그러한 가정사일로 자녀들의 학교생활까지 가로막아야 할 만큼 절실하게 계몽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것을....
"앞으로는 무슨일이 있으면 학교로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알리든, 친구들에게라도 전달을해서 오늘처럼의 불미스러운 일이 없
도록 해라."
그렇게 당부말씀을 끝으로 덕쇠에 관한 일들은 추인(追認)으로 더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
정말이지 오랜만에 소년은 덕쇠와 함께 하교를 한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길, 둘이 함께 걷는것 뿐이지 좀체로 누가먼저 입을 열기가 어색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소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궁둥이 맞은데 괜찮나"
"괜찮겠나 니가 맞아봐라"
"아프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
또다시 침묵.
덕쇠가 입을 열었다.
"참말로 쩨쩨하다"
"어? 뭐가"
"니가~"
"내가 뭐어"
"한번쯤은 올거라고 생각했거던"
"어딜~"
"어디긴 일마야, 그 지지배 잠들어 있는곳 말이지"
"......."
"니가 그랬잖아 동산너머로 놀러 갔을때 마타리꽃이니 겨란(계란)꽃, 뭐 그렇게 좋아라 하더라고, 그래서 한번은
가시나 앞으로 한무더기쯤 니가 무덤가로 찾아와 꽃을 놓아줄거라 생각했었지"
"......."
"나보고 괜한 오지람으로 지랄한다고 숭(흉) 볼 생각마라, 알고보면 그 가시나 니보다 내가 먼저 찜했었다.
논두렁에서 미꾸리(미꾸라지) 잡고 있을때 지 아부지하고 손잡고 서울서 오는거 내 맨먼저 봤었거든, 그리고 크게 걱정하지 마라
내가 걔 좋아한다는 꽃 그동안 매일매일 이빠이씩 무덤앞에 놓아 줬더랬으니까"
"...... 그러했나."
소나기가 내리던 그날,
이름모를 들꽃을 한아름 두손가득 건네 받으며 기뻐라 보조개 들어가는 미소를 지어보이던 소녀의 모습을 소년은 떠올렸다.
덕쇠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반 친구들이 요며칠 너 읍내에서 봤다고 하던데"
"누가 봤다니? 그랬구나"
"맞나"
"그래"
"거기는 차타고 가야는데 돈은 어딨어서"
"꿀꿀이(돼지저금통) 찌졌다. 그래도 맨날맨날 들에서 막피는꽃 꺽어서 무덤가에 놓아두는것도 쫌 그렇더라 뽄때도 안나고
그래서 읍내에 나가가지고 진짜배기 꽃도 한다발 사가지고 놔 줬다. 근데 왜 서울 지지배들은 먹지도 못하는 꽃을 먹는것보다 더 좋아한대냐? 아, 그리고 짜장면도 사먹었다"
"오~ 짜장면~ 맛있디?"
"쥑이더라"
성황당이 보이는곳.
이제 덕쇠와 헤어져야 하는 갈림길이다.
서로 그동안의 앙금과 오해는 하교길의 짧은 대화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소년은 덕쇠의 뒷모습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이미 덕쇠는..... 훌쩍 커버린, 어른이 되어있었다.
"아참 그리고 야야"
"......?"
저기쯤 멀치감치 가던 덕쇠가 소년을 불러 세운다.
"니 걔 무덤가는 아나? 또, 이번에 읍내로 이사한 윤초시어른댁도?"
"아니, 몰라"
"난중에 읍내갈일 있으면 내가 알려줄께, 실은 언제가 될지 너가 그 여자애 생각나 하고 그러면 알려줄려고 겸사겸사 읍내에 나갔다 왔거들랑,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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