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시작과 동시에
반이 아닌
끝을 생각한다.
반을 해내면서 생각은
이미 마지막에 닿아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몇 번씩이나 실연을 당한 친구는
이제 사랑을 시작함과 동시에
마지막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고
귀를 막고 팬을 내두르던 검은 교복의
학생들은 이제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는가 하면
홀로 눈물을 흘리며 동물에게도
정을 갖는 여린 사람들은
사람을 만남에 있어서 조차
실과 득을 따지기에 이르른다.
사랑?
어떤 이는
마음 속으로 말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랬듯
밤하늘은 어두웠고
달 또한 빛 났으며
가로등 또한 환했음과 동시에
그 사람의 사랑 또한 여전히 그랬다.
시작 전엔 실패하지 않지만
시작하게 되면 언제 변할지 모르니
언제 실패할지 모르니.
우리 관계
언제 변할지 모르잖아.
검은 종이 보며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도 없이
손가락 끝을 움직인다.
그들의 끝에는 돈이 있고
여자가 있고 권력이 있고
죽음이 있었다.
눈을 감으면 어둡다.
어두으면 잠이 들고
그들은 꿈을 꾼다
현실과는 다른 꿈.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꿈.
꿈과는 다른 현실에
사람들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