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안주 3개에 12000원 하는 술집이 싫다고,
조용하고 안락한 일본식 선술집이 좋아진다는 친구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는 시끄러운 댄스곡보다는,
뭔가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감미로운 '변진섭'의 노래가 좋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비웃었던가.
변진섭을 좋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멀리갔다며,
우리가 좋아하기에 그는 너무 OLD하다며.
다시금 문사를 찾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별다른 일거리 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오전의 사무실.
할 일 없이 문사를 뒤적거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자기소개를 눌러보았더니,
아니 글쎄, 내가 가입한 지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나.
그때는 마냥 글 쓰는 게 좋아서,
말이 되든 안되든 그냥 하루에도 몇 번이고 끄적거렸던 거 같은데.
얼마전엔가도 그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자꾸만 뭐랄까, 상업적이라고 표현하기는 뭔가 어색하지만.
자꾸만 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남의 눈과 입맛에만 맞추는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다시 힘든걸까.
뭔가 버티고 이겨내기가 힘든걸까.
다시 문사에 와서 이렇게 뭔가를 풀어내고 하소연하고 있다니.
난생 처음 회사라는 곳에 취직해서 일한지 2달이 지났다.
코트에 검정스타킹에 구두를 신고 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샤랄라한 치마에 맨 다리에 토오픈 구두를 신고 다닌다.
그동안 뭘했을까.
눈치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배웠을까.
아니면 직장내 예절을 배웠을까.
아니면 결국 사회생활이란 건 이런거다 하는 걸 배웠을까.
뭘 배우긴 했을까.
광고랍시고, 그리고 카피라이터랍시고 2달이 흐른 지금.
그래 고작 2달? 이랄 수도 있겠지만.
역시 나와는 안 맞는건가 라는 생각.
10년만 딱 이 일 하고, 내 나이 34살, 35살쯤엔 글 쓰는 사람이 되자! 라고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고 쌀쌀한 바람이 불더니,
비가 올 것만 같다.
이런 날은 소주와 진하고 칼칼한 국물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결국엔 또 다시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불러야 하는걸까.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http://coldred85.blog.me
05.09
ㅋㅋ 안주 세개 12000원보다 더욱 업그레이드 일본 선술집을 찾게 된다는건 그만큼 진보한다는 말이 되겠죠?
어떤사람은(바로나) '나도 예전엔 안주세개 12000원짜리 호프도 먹었었단말야 무시하지마' 과거 회상형의 삶을
살아가는 인생 '준낙오자'도 있다는....ㅎㅎㅎ 문사에 가입하면서 루시퍼님을 알았을때는 나도 팔팔한 20대였었는데.... 백조탈출(백수를 여자에겐 백조라 부른다죠?) 을 축하합니다. 거 회사생활 정답이 없어요... 14년차 월급쟁이 생활 나도 아직 이게 내 적성인가? 의심하면서 하고 있죠..... 아~ 늦은밤중 잠도 안자구 괜히 루시퍼님 친한것처럼 주절거리네.... 힘내세요.....
05.09
글 쓰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아마 15살? 그 무렵쯤부터 그렇게 마음 먹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글만 쓰고 살아서는 전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글과 돈의 타협점에서 찾은 게 바로 카피라이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