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서 우울할 때는 냉장고를 열어보지 말라고 했다. 나는 분명히 혼자 살던 때가 있었고 냉장고가 없었던 것은 비교적 행운이었다. 정확히 1989년 겨울의 일이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돈을 벌어야 했고, 나는 사람들과 말을 할 시간이 없었다. 한번은 꼬박 사흘동안 입을 다물고 지낸 적도 있었다. 침묵하기란 고단한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하루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방안에서 나를 뺀 나머지 것들에게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고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건을 보며 말했다. 삼식이, 울지마.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을 보다가 놀라야 했다. 거기 똑같이 말하는 나 이외의 내가 있었으므로. 동질성의 발견에 대한 탄복이랄까, 중경삼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또 보았다. 아홉 번인지 열 번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663은 어느 날 그의 방에 있는 사물들이 많이 변해있음을 깨닫는다. 비누, 자포자기하지마. 너무 뚱뚱해. 살 좀 빼. 수건, 많이 변했어. 넌 변치 말아야지. 반성해. .] 영화를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몇 번이고 흐르는 노래 캘리포니아드리밍도 그렇거니와,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는 행위가 어쩌면 희망에의 손 내밀기라는 걸 왕가위도 아는가 싶어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건 나도 어쩌다 알게 된 것이다.
혼자서 술을 마시던 때도 있었다.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취하면 은연중 내 감정들이 과장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어쩌면 단순히 잠이 오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집에 들어오면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따르고 두어 번에 나누어 마셨다. 때로는 양주를 마시기도 했지만 단연 소주가 최고였다. 간혹 불면증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런 방법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어쩌다가였고, 혼자 술을 마시는 건 유익하고 안전한 설정이 아니라는 것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어쩌다가 알았다.
작심을 하고 도전으로 삼아 배운 것들은 밥을 먹는 일 또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에 은근한 작용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사실 내가 비틀린 하루를 살아가는데 도움을 받는 묘수들은 대부분 어쩌다가 알게 된 것들이다. 그건 이런 것이다. 폭풍우와 싸우며 바다를 건넌 다른 사람의 무용담보다 내가 직접 바지를 걷고 시냇물을 건너 본 일이 더 중요한 것,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을 제 때에 만나야 한다는 것, 두려움의 반어는 용기가 아니라 신뢰라는 것.
하루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방안에서 나를 뺀 나머지 것들에게 이름을 붙여보기도 했고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건을 보며 말했다. 삼식이, 울지마.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을 보다가 놀라야 했다. 거기 똑같이 말하는 나 이외의 내가 있었으므로. 동질성의 발견에 대한 탄복이랄까, 중경삼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또 보았다. 아홉 번인지 열 번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663은 어느 날 그의 방에 있는 사물들이 많이 변해있음을 깨닫는다. 비누, 자포자기하지마. 너무 뚱뚱해. 살 좀 빼. 수건, 많이 변했어. 넌 변치 말아야지. 반성해. .] 영화를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몇 번이고 흐르는 노래 캘리포니아드리밍도 그렇거니와,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거는 행위가 어쩌면 희망에의 손 내밀기라는 걸 왕가위도 아는가 싶어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건 나도 어쩌다 알게 된 것이다.
혼자서 술을 마시던 때도 있었다.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취하면 은연중 내 감정들이 과장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어쩌면 단순히 잠이 오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집에 들어오면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따르고 두어 번에 나누어 마셨다. 때로는 양주를 마시기도 했지만 단연 소주가 최고였다. 간혹 불면증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런 방법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어쩌다가였고, 혼자 술을 마시는 건 유익하고 안전한 설정이 아니라는 것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어쩌다가 알았다.
작심을 하고 도전으로 삼아 배운 것들은 밥을 먹는 일 또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에 은근한 작용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사실 내가 비틀린 하루를 살아가는데 도움을 받는 묘수들은 대부분 어쩌다가 알게 된 것들이다. 그건 이런 것이다. 폭풍우와 싸우며 바다를 건넌 다른 사람의 무용담보다 내가 직접 바지를 걷고 시냇물을 건너 본 일이 더 중요한 것,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을 제 때에 만나야 한다는 것, 두려움의 반어는 용기가 아니라 신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