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 익명성이란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느낀다.
차마 말하지 못하고 속이 쓰려 아파 올 때까지도 가슴에 담고 있던 말들.
어쩌면 평생동안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지낼지도 모르는.
그런 말들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매일 매일 일기까지 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오프라인에서는 소극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자신이 발산하지 못했던 자기 표현을 익명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될 것이다.
" 그들은 모두 극도로 외로움을 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하는 말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의 표현이라는 것을.
또 어쩌면 그들에겐 익명의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활 테두리밖에 있는 사람.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 다시 만나더라
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엉클어뜨리지 않을 안전한 사람...."
<벼랑에서 살다> - 조 은
언젠가 책을 읽다가 "이거 내 이야기 아냐?' 하면서 어느 노트 한 구석에 적어 놓았던 그런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겐 부끄러운 기억이라며, 한구석에 쳐 박아 놓았던 그런 일들을 문사에 적어놓았던 날 발견했다.
나도 모르는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그렇게 된 것처럼.
참 자연스럽게 그렇게 적어놓았나 보다. 지금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걸 보면.
한때는 우울한 일기는 적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개인 각각마다의 고민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내가 쓴 글은 위로 받으려-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을 얻으려 쓰는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부터는 나만이라도 밝은 일기를 써서, 그나마 다른 분들에게 잠시만이라도 행복한 기분을 나눠드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억지로 쓰는 일기는 내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거겠지.
이 곳 문사에서조차 두 개의 가면을 가지고 서로의 잣대를 재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이곳에 답답한 마음을 적어놓는다고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하나만은 가벼워지는걸 느꼈다. 또한 위로의 말이 담긴 댓글이 하나라도 달려 있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되었다. 그 작은 말 한마디가 나에겐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 또한 그러한 사소한 행복을 알기에 항상 다른 분들에게 좋은 댓글을 달아드리려 노력한다. 적어도 한 분에게라도 나의 마음이 닿길 바라며.
내가 적어놓은 댓글 하나로 다시금 일어설 희망을 얻으시는 분들이 많아지길 빈다.
문.사라는 곳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스트레스성 잡다한 병을 키우며, 두 가지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겠지.
이 문사에서 만난 좋은 분들만 해도 얼마나 많은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문사에 대한 내 마음이 쓸떼없는 집착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내가 문사에서 다른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힘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사소한 걱정들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문사는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문사라는 곳을 서서히 떠나야 할 때가 오겠지.
그게 언제가 되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처럼, 생성되었던 것이 언젠가는 소멸되는 것처럼. 언제나 나란 녀석은 긍정적인 면을 보다가도 부정적이 면이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할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 성격이 도졌나 보다.
하여튼 문.사라는 곳을 알게 된 것은 참 행운이었다.
이게 사람마다 찾아온다는 3가지 기회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문사 가족들에게 행복이 가득했으면 한다. 힘겨운 일도 물론 있겠지만, 이 문사에서 훨훨 털어버린 뒤 다시금 행복을 쌓아올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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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 쓰던 글이 어쩌다 길어지게 되어서 수필란으로 옮겨봤어요^^;;
막 손가는 데로 써 내려간 글이라 말도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많이 부족하답니다. 하하.^-^ 모든 분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