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참 예쁘다..
연세가 들어도 늘 어디 가시면 곱다는 말씀을 많이 들으신다.
얼굴형이 참 예쁘다..
그래서인지 그런데인지..할머니는 자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할머니에 대한 나의 기억은..단편단편 끊어진 소설같다.
늘 함께 살았지만 기억은 그렇다.
기억보다 엄마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서 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시작된다.
내가 태어났을 때 위에 오빠가 2명있지만,, 내가 딸이라서 엄마 미역국도 안드시고 바로 외할머니댁으로 보냈다는 이야기와..
외할머니가 50대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셨을때 죄가 많아서 빨리 죽었다는 이야기와....
그렇게 내가 기억지 못하는 세계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으로 살아났다.
이 기억이 나에게 들어오기 전까지 난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다.
자상하진 않으시지만, 늘 오빠를 더 좋아하시는 할머니였지만,, 난 할머니 아니 할매가 참 좋았다.
할매가 고모집에 가있을때면 늘 보고싶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것은 할매가 있으면 엄마아빠가 조금 덜 싸울까봐 그리고 크게 싸웠을때 할매가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 같아 더 좋아했으며 같이 살길 바랬다.
하지만 같이 살면서 엄마와의 골은 더 깊이 패인 듯하다.
엄마는 늘 직장을 다녔으므로 아빠보다 더 오래 다닌 듯 하다.
먹고 살아야 했으므로..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오빠와 할머니 그리고 나는 늘 고스톱을하며 놀았다/
그게 젤로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어릴때부터 할머니 식사는 꼭 우리가 차려드렸다.
할머니가 정정하셔도..
중학교 2학년때 작은할머니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둘째 부인인 사람집에 가계시던 할아버지가 치매가 걸린 상태로 우리집에 모셔졌다.
그때부터 집안은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할머니의 쩌렁쩌렁하고 큰 목소리가(그 빼빼한 몸에서 목소리는 어쩜 그렇게 크게 울리고 듣기 싫었던지) 연립주택을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그때문에 할머니와 나 사이는 더욱 나빠졌다.
그 소리가 넘 듣기싫어 제발 조용히 좀 해라고 했다가 너희가 뭘 아냐고 또 더 큰 목소리로 난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날 저녘 밥상을 들고 문을열면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내가 나가면 밥을먹고 다시 누워서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 잇었다.
미치도록 밉고 싫었다.
그리고....참 많이 울었다.
중학교때의 일이었다.
이런 전쟁과 함께 밤에는 엄마아빠가 이차전을 펼쳤고 지겨운 삶은 고2때 아빠가 전신화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길때까지 계속 되었으며 대학교 1학년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참 밉기도 했는데,,맘이 영 아팠다..
할머니랑은 거의 말이 없이 지냈다.
할머니도 경로당에 나가셨고,,, 가끔 엄마랑 심하게 다툴때면 잘 곳이 없어서 할머니 방으로 가서 자곤 했다.
대학 2학년 아니 한번 휴학했으니 22살때까지 부모님이랑 한방을 썼다..나는...
그래서 할머니 방으로 도망가곤 했는데,,
할머니는 고자질쟁이, 엄살쟁이..내가 본 모습이 그러했다.
시집살이 이야기를 많이듣고 있었던 나.. 하나밖에 없는 딸인 내게 엄마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인지..
할머니에 대한 맘은 쉽게 수그라들지 않았다.
몇달전부터는 할머니는 거동도 못하시고 기저기로 대소변을 받아내며 물한목음 우리의 도움없이는 마쉬지 못했다.
두분다 왜 이렇게 우리를 괴롭힐까?라는 생각이 끊이지않았다.
아빠는 늘 할머니 방에서 사셨고,,
10까지 일하고 오시는 어머니께 늘 냉담했으며,,
엄마가 아프면 자기집 개가 아픈 것 보다 더 무관심한 아빠가 할머니에 대한 헌신은 대단했지만,..나중엔 원망으로 바뀌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그 한주는 집안의 공기가 달랐다.
속에 쌓여있는 분노가 아빠에게 터지고 엄마에게 터지고..
엄마는 할머니와 아빠에 대한 분노가 컸고,,나역시 아빠와 할머니를 보지 않고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퇴근길 전화로 할머니 소식을 접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앗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할머니 얼굴 보고 나올걸..
이렇게 가실거..왜 그리 맘고생을 심하게 시켰는지..
할머니는 돌아가실때 평안했고,, 장마기간이라 비가 많이 왔지만,,입관할때는 은혜로 비가 잠시 그쳤다.
감사한 일이엇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본다.
슬프게도 좋은 기억보다는 가슴아픈 상처가 맘속에서 계속 올라온다.
그리고 마지막날 그 며칠 할머니를 더 미워하고 보고싶어 하지 않았던 일이 내내 맘에 걸린다.
돌아가셨던 기간이 나의 휴가기간과 맞물려 휴가를 그렇게 보내었다.
할매....
참 많이 좋아했었는데,,그것은 아련한 기억일뿐..
가슴에 남은건..상처가 더 많다.
그래도..그래도..그날 아침 아빠가 안계실때 내내 내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던 일이 맘에 맴돈다..
할매의 심한 꾀병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며칠이 지났다...
집안에 환자가 있던때와는 공기가 달랐다.
더욱 맑았으며 집도 넓어보였다.
할매의 나이는 여든아홉이었다..
내나이는 스물일곱이었다..
난 할매를 무척 좋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