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웃지 않는 나를 유난히도 많이 웃게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그렇게 재미있다거나 생김이 그렇게 우스운 것도 아니었다.
나처럼, 어쩌면 나보다도 훨씬 더 말이 없고 무뚝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 녀석을 보면 그저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도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웃으며 실없이 웃는 바보녀석이라고 놀리곤 했다.
우리는 말수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많은 말을 나눠본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이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 어색하고 딱딱할 듯한 분위기가 묘하게 익숙하고 편했기 때문이다.
".. 오랜만이야.
".. 야.. 넌 이렇게 하나도 안 변했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낯설기보다는 늘 만나온 듯이 일상적이고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이라는 인사가 무색할 만큼.
"어디 가는거야?
"잠시 누구 좀 만나러...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말할 것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어색하고 당황스러워해야 할 순간에도 나는 왜 이 아이를 보면 다시금 웃게 되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다.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웃으면서 대화의 마지막 말을 건넸다.
".. 넌 여전히 웃는구나.. 바보같이...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그 아이 역시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과 함께.
"오랜만에 만나서 기뻤어.
"미투다~~ 바보자식.
오랜만에 만난 그 녀석은 생각해 온 그대로 무뚝뚝한데다 말도 없었다.
한마디로 변한 것이 눈꼽만큼도 없는 재미없는 녀석이다.
그리고그 나 또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여전히.... 그래, 여전히 그 아이를 보면 웃을 수 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나 역시 그 녀석처럼 재미없는 녀석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재미없는 바보녀석이라고.
네 녀석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는 일이야..
08.09
언제나 바보처럼 웃는 친구라구요?. 님 주위엔 참 좋은 친구가 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