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한다는 죽염만드는 곳,
전남 화순의 만수동이라는곳을 가 보았다.
제철을 기다리는 매화나무가 조금씩 꽃망울을 머금기
시작하며 담장을 이루듯 둘러 서 있는 모습부터
각각의 이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꽃 나무들,
그리고 그곳 분위기만큼이나 제멋대로 자란 모습의 녹차밭,
산속 깊숙한 마을의 겨울이라 잡풀로 앙상한 모습도 만수동의
기운에 눌려서인지 웬지 특별해 보였다.
마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만 남아 그 길끝자락에
위치한 만수동은 휴대폰도 되지 않는 곳이다.
창을 하는 분이 빈집을 훔쳐서 소리하며 사는곳, 진도개 풍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진돌이가 아무리 짖어대도 그소리에 놀라는것은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제 목소리를 듣는 진돌이뿐인듯 했다.
내가 간 날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죽염구을때 짚이는 불이
장관이라해서 보러 간건데 마침 구들이 무너져서 심오한 명상에 빠지게
한다는 그 불은 다음에 보기러 하고 구운 죽염을 빻는 일을 해보게되었다.
절대 해보고 싶다고 한적은 없으나 그곳의 자연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잠시 돌쇠가 되지 않을수 없었음을 어찌 설명할수 있겠는가만 하루동안의
돌쇠체험도 그곳에서는 기쁨이었음을 더 강조하고 싶다.
이미 대나무 통안에서 구워져 대나무모양이 되어있는 죽염을 절구통안에
넣고 절구공이로 내리치며 빻는데 이때 그곳 선생님의 말씀이
죽염은 반드시 3컵의 땀과 약간의 콧물이 들어가야 제 효능을 한다는것이다.
이런, 3컵의 땀을 만들만큼 열심히 내리치라는 말씀인데 이것은 땀이
흐르기도 전에 무거운 절구공이때문에 쓰러질판이니 안한다고 하면 밥도
안줄것이고 눈물을 머금고, 아니 콧물을 머금고 죽염을 빻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바로밑에는 죽염만드는 공장이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이 절대로 그곳에서 기계로 죽염빻는것을 보면 다음부터는
이일을 못한다고, 절대로 봐서는 안된다는것이다.
통속에 쌓아있는 죽염을 보며 언제할까 하지만 우리의 눈이 게으른거지
손은 부지런한것이여 하시며 하다보면 금세 한다고 하신다.
허나 그 일을 9번을 반복해서 해야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난 하루중 잠깐을 했을뿐인데도 오로지 힘든 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나무통에 죽염을 넣고 송진으로 입구를 막고 다시 진흙으로 대나무통을
모두 감싼 후 그것들을 구워내고 또다시 진흙을 벗겨내서 대나무통모양의
죽염을 다시 절구통에서 밀가루같은 가루가 될때까지 빻고
그 힘으로 그곳 세계가 돌아가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것을 9번을 해내는 것이다. 오로지 사람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서.
하지만 그곳분들은 힘들다는 생각같은것은 하지 않는것 같아 보였다.
다들 그냥 즐거워보였다. 어디서 모여들게 됐는지 각자의 말투가 다르긴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에는 만족해하는듯한 공통점을 느낄수 있었다.
일하는 곳에서도,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차를 마시는 분위기에서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풍광들...
그런 즐거운 마음으로 그런 지극한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죽염이
그 안에 든 내용물이 아닌 정말 사람의 기운때문에 좋은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죽염굽는 날 가서 한없는 불구덩이에 빠져들게 된다는 그
광경을 보아야겠다. 그리고 그 핑계로 다시 그곳을 찾아가야겠다는
계획에서 매화가 필때는 너무나 황홀하다는 거기다 눈까지 와주면
금상첨화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쯤 해서 다시 찾을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이 좋은곳이다. 그곳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