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예쁘다. 누구니?\"
\"어머머 그러게. 너무 이쁘다. 너희 엄마구나?\"
\"응...엄마 처녀적이야.\"
\"분위기도 쥑이구 너보다 훨 낫다. \"
\"머라구... 이 기집애가 아무렴 내가 더 낫지.\"
쿠쿠쿠쿠 하하하하 호호호호
오랜만에 친구들이 집에 들렀습니다. 고등학교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꼬옥 붙어
다녀 막강의 오총사라고도 불렸는데...그로부터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
기찻길옆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먹던 떡볶기맛을 잊지 않았듯 그녀들도 언제나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아 더 나이가 들고 머리가 새하얀 서리를 맞는 그날까지
우리들의 우정이 변치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녀들이 돌아간 자리엔 수다떨며 먹던 과자 부스러기와 앨범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군요. 사진속에는 저보다 더 어린 나이의 엄마의 모습이 있습니다.
가는 허리를 더욱 강조한 허리끈이 달린 트랜치코트의 긴머리 아가씨
친구들 말대로 가을 여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엄마의 옛모습은
지금의 철모르는 저보단 더 성숙한 여인의 향내가 납니다.
언젠가 엄마가 해주던 이야기입니다. 외삼촌의 친구가 엄마가 좋다며 한동안
쫓아다녔다더군요. 그땐 우스개 소리로 흘러 넘겨 버렸는데 지금 제앞에
멋드러지게 서있는 아가씨를 보니 속된 말로 남자께나 울렸겠구나 ㅋㅋㅋ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아주 조그만 어린아이였을 적입니다. 매일 허름한 옷가지만을 입은 엄마의
모습에 어른이 되면 꼭 멋쟁이를 만들어 줄 꺼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전
지금 어른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허름한 차림입니다.
잊고 있었어요. 트랜치 코트의 멋쟁이 긴머리 아가씨
그저 투정을 받아주는 엄마이기만을 바랬습니다.
오늘 신문에 덧붙어온 전단지를 보니 백화점이 세일을 한다는군요.
데이트 신청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