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다가 흠찟 놀랍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제대로 가고있는건지
어쩌면 버스를 잘못타지는 않았는지
고개를 빼고 눈을 빼꼼히 뜨고 확인을 해봅니다.
그토록 지친 어깨너머로
수없이 지나치며 보아온 빌딩사이사이로 느껴지는
낯설음에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을지경입니다.
삶이 지치면 익숙했던것들도 낯섦으로 대치되는 모양입니다.
다시 내 자릴 확인하고 나면 잠이 올듯 나른해 집니다.
목적지에 다 와 가는데도
지친몸이 몰아치는 잠을 주체하지못해 흔들거립니다.
지친마음이 게으른 몸뚱이를 탓하며 고개를 쳐듭니다.
삶이 지루해지면 몸도 맘도 나른해 지는 모양입니다.
도착한곳은 제가 학교다니도록 돈을 대주는 레스토랑입니다.
오늘도 눈 한번 딱 감고 5시간 일하면 집에갑니다.
깜깜하다 못해 사람그림자도 구분안가게 으슥해진 골목을 빠져나와
바쁜걸음으로 막차를 타야할 자정이 됩니다.
버스안에서 지겹도록 창밖을 보다보면 어느새 우리동네입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서
이렇게 하루하루가 가버려서 아쉬운 마음에
지친몸은 잠을 청하지만 들뜬 마음은 잠을 쫓습니다.
좋은 음악들으며,좋은 생각하며,좋은 글을 읽으며
침대에 뒹굴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잠이들고 싶어 책상앞에 앉아보면,
거침없이 낡은 제 일기장에만 시선이 멈춥니다.
몸을 불사르며 부끄럽지 않을 죽음을 택했던 젊은 청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님이 생각나면 더욱 잠을 잘수 없어
일기장에 부끄러운 하루를 고백합니다.
\" 젊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 며 쳐진 어깨를 한번 들썩입니다.
우환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오늘 넘어져서 오늘 좌초해서 힘들어진 내가 나를 보아
부끄러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때론 가진것 없는 내 주위의 것들에 안타까워지기도 하지만
나는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낡지만 예쁜
내 일기장이 좋습니다.
조마조마한 졸음을 들쳐깨우며 이렇게
몇자 적는 내가 좋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가도 이렇게 후회를 밥먹듯 하는 나라도
내가 좋다고 몇번씩 말해주는 그 친구가 생각날때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의 이름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그래서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