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적만해도 우리집 부엌은 재래식이었다. 전설의 고향에 자주 나왔던 그런 모습이었다. 까만 큰 솥이 한개 중간 크기의 솥이 하나,,
여름엔 어떻게 했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겨울엔 불때는 재미로 늘 부엌을 오가곤 했었다. 아빠가 구해온 장작으로 불을 지피면 불소시게로 불이 잘 붙도록 뒤적거려야 했었지..
추위를 달래보고자 불 가까이에 앉으면 골덴바지가 눌어붙는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신발이 타버릴것 같았다.
가끔가다 그곳에다 고구마랑 밤도 구워먹곤 했었는데, 깊이라도 넣는 날엔 찾지 못해서 그냥 냄새만 맡아야 했었다.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꼭 그 솥 두개를 열어보았었다. 행여나 감자라도 있지 않을까하고,
아주 가끔 감자 몇알이 얼굴을 내밀곤 했지만, 대부분은 밥을 퍼두운 공기만 달랑 들어 있을뿐이었다. 뱃일하고 돌아오시는 아빠를 위한 밥이었으리라..
불을 땐 아랫목은 어찌나 뜨겁던지 엉덩이가 뜨거워서 운다는 소의 기분을 알것 같았었다. 그 아랫목에 누워 있노라면 온 몸이 녹아 내리는것 같았는데,
난 그 재래식 부엌이 참 좋았었는데,, 그 부엌은 내가 사학년인가 오학년이 되던해에 연탄으로 바꾸었다.
연탄을 바꾸고 난 후에도 그때처럼 아랫목이 뜨겁긴 했지만, 그때의 정겨움은 없었다.. 밖에서 놀고 있을때 보이는 굴뚝에서 연기라도 나면 뭘하고 있는지 상상하며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 왔었는데,, 그 굴뚝에 연기가 사라져 얼마나 아쉬웠던지..
비록 눈알이 빠질것 같은 연기였지만,,,
기름보일러에서 전기보일러로 바꾼 지금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그때처럼 아랫목에 누워 있고 싶어..
추우면 불있는곳에 가서 몸 다 녹이고도 싶고,, 때론 눈뭉치 갖다가 그곳에 넣어도보고,, 썩어가고 있는 고구마도 구워먹고 싶다..;
온몸이 녹아내려도 좋으니까,, 그때의 그 아랫목에서 하루 자고 싶다.
오늘밤은 이불을 깔지 말고 자야겠다. 인공이지만,, 그때만큼 따뜻하진 않지만,, 조금은 느낄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