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숨결이 폐포에 스민다
미국 노부부들이 바닷가를 거닐며 말년의 황혼을 음미한다.
대서양의 짠 바람이 머리를 휘날리며 그들의 가슴에 안기며 속살거린다. 재킬 아일랜드의 조용하고 순수한 분위기가 삶을 정리하는 인간의 마음에 구미가 당기도록 안기고 다른 유원지의 화려함이 아닌 수수한 자연이 더욱 하얀 머리의 노부부를 그들의 품안으로 부르는 것 같다.
바닷가를 따라 지상의 소로가 자전거를 위해 섬 전체에 교통 신호등 없이 놓였다. 밀리는 교통 체증은 싫은 듯 띄엄띄엄 한가로이 지나는 자전거의 행열 사이로 바다 바람이 스치고 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물새들이 인간과 하나가 되어 바라보는 전경은 말이 필요 없어라.
자전거 2대를 빌린다. 하루 사용료가 20$. 섬 전체를 돌기엔 다리와 정력이 부족하고 바닷가를 달리고 숲길을 달리며 자연 속에 인간과 자전거는 묻힌다. 빙글빙글 도는 인생의 휘파람 소리를 한 가슴으로 들으며 선진국의 여유 있는 공간을 부러워한다.
아이들은 열정적으로 2시간 돌고 오더니 배고프고 피곤하다며 먹고 잠에 떨어지는데
젊음은 그대로 배고픔을 면하고 곧바로 잠에 취해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Comfort Inn' 1층은 바다로 면한 곳이 커다란 유리로 되어 있고 물새들과 다정히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직접 유리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어서 대 자연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바다의 숨결이 폐포(肺胞)에 스민다. 참을 수 없어 아직 지리도 어두운데 해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유리 문 앞에 잔디를 지나 자전거 길을 건너고 야생 풀밭에 발을 들이니 손 마디 마디가 연결 된 것 같은 모양으로 긴 가시를 달고 있는 야생 선인장이 바닥을 지키는 듯 깔려 있는데 이상한 바닷가도 보았다며 발의 감각은 전진을 명령한다. 왠 걸, 찔리는 외마디 비명이 잠시 허공을 찢더니 밟히는 것에 잔뜩 화가 난 선인장 조각들이 징그럽도록 운동화 주변에 들어 붙고 바지를 뚫고 종아리를 있는 힘껏 물지 않는가!
그 야생의 뜰을 거닐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따로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이 있고 바다로 가고 싶으면 그 만들어진 길을 이용해야 했다.
'인간이라고 함부로 밟으면 안돼!' 성난 가시는 그렇게 험한 인상을 쓰며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러한 억센 선인장과 해변을 경계 지워 주는 방파제용 돌들이 그것 보라는 듯이 착잡한 웃음을 보낸다.
조지아 남부 해변은 겨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스한 햇살과 푸른 잔디가 깔리고 팜츄리와 작은 키 야자수들이 수줍게 봄을 만들고 있다. 언제나 봄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노부부의 마음을 몹시도 잘 읽기에 그들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고 있지 않는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새벽 공기는 안개로 쌓이고 하룻밤 피곤을 푼 바다는 기세 좋게 하얀 포말(泡沫)을 날리며 힘찬 움직임으로 새로운 하루를 열고 있다. 일출은 흐린 구름에 가리고 붉어지는 볼로 미안함을 대신 하는데 달리는 자전거 위로 물기를 느끼는 순간 비가 올 거라는 걸 예감해야 했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이국의 풍경에 젖는 사이 굵은 빗방울은 여지없이 군기를 모아 뿌린다. 잔디 위에 모여 있는 물새들이 인간의 정이 그리운 것일까? 두려워 하는 구석이 전혀 없이 모여들어 조금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밥알을 조금씩 던졌더니 가까이 날아와 눈과 부리로 메세지를 전하며 날렵하게 공중에서 받아 먹는 물새와 바닥에 떨어지길 기다리는 물새들로 뜰 안은 장사진을 이루는데 인간은 동물과 가까울 때 가장 자연과 하나 되며 행복한 순간인지 모르겠다. 마냥 즐거울 수 있으니까...
둘 사이엔 아무 것도 없었다. 순수한 마음 외에 대 자연의 바다 배경만 파도 소리로 반기고 있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오전에 자전거를 타려는 계획을 묵살하고 아쉽게 그 곳을 떠나며 가까이 있는 사이몬 섬을 둘러 본다. 오래 된 등대가 빗물에 젖어 있고 고래의 두상이 조각 되어 있는 곳에 그 위에 아기 고래가 꼬리치는 모습의 조각품을 실제는 아니더라도 사랑스러움으로 바라보며 씨 아일랜드까지 가 본다.
라틴계 화려한 집들이 영화 '시실리아'의 한 장면처럼 아열대 식물 속에 잠겨 있다.
바다를 보고 싶어 들어 가려 해도 바다도 그들 만의 공간이라고 아예 들어 갈 수 조차 없다. 부자들은 막는 것도 많은가 보다. 보이지 않고 숨겨야 할 것이 그리도 많아 바다까지 그 부분은 전용물처럼 하는가!
나의 오해인지 모르겠다. 바라 볼 수 없는 바다가 더욱 그리운지 모르겠다. 하여튼 너무 아름다운 곳은 시샘할까 봐 은근한 비밀을 키우나 보다. 그래, 별로 멀지 않은 공간에 3개의 섬은 독자적인 이미지 관리로 사람의 마음을 끌고 있다.
95North를 타기에 앞서 배 고프다는 아이들을 맥도날드에 풀어 놓고 쇼핑 광장을 둘러 보는데 하얗고 회색 빛깔의 물새들과 검은 색을 띠는 바다에서 만났던 물새들이 넓은 주차장, 지붕 할 것 없이 새 소리를 내며 무리 지어 다니는데 특별히 까만 새들이 하늘을 덮을 때 히치코크의 싸이코 영화 '새'가 생각나 순간 오싹한 전율이 전해졌다. 바다가 가깝다고 쇼핑 센타에도 갯내음을 풍기는 물새들이 인간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인간을 별로 경계하지 않는 모습에서 미국 사람들의 동물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조지아 남부 섬에서 보낸 나날은 겨울이 아닌 봄의 기운을 마음껏 느끼고 대자연 속에서 자전거 타는 색 다른 그림을 그리며 새롭게 시작 되는 삶을 보다 윤기 있게 설계하자고 다짐하는 재충전의 시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