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심상치 않은 날궂이는 시작이 되고, 어느새 나만의 공간은 적막한
어둠만이 소리없이 찾아오고 있다.
과거를 돌이켜 생각한다거나, 추억이라고 말하는 그 무엇을 억지로 결부시키는
진부한 나의 모습은 정말로 싫은데...
날씨 탓인지, 오늘도 하염없이 지난날의 아픈 추억이 날 유혹하고 과거로의
여행을 속삭이는 오늘이 너무도 얄밉다!
당장 커피 한잔이 필요하고, 샘 브라운의 ' Stop ' 이라는 음악이 듣고프다.
오늘은 일도 제대로 손에 잡히질 않고, 마냥 그리운 사람에게로 달려가고 싶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면서 말이다. 어릴적 모습은 기억이 되는데, 현실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숙제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오늘이란 24시간의 時間이 참으로 길게만 느껴지고, 아무 생각 없이 잠에 취해 오늘의 여운을 말끔히 없애고만 싶다.
흰 캔버스 위에 그 사람에게 못다했던 지난시절의 이야기들을 적고나면, 과연
오늘을 부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 외면하기엔 그 늪에 젖어드는 강도가
만만치 않다. 우리 人間들의 삶이란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해답인지...!
그렇다고 순순히 포용하기란 더더욱 고달프다. 승화되어버린 과거 속의 그
사람은 이런 나의 마음이나 알려나?
몇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그녀가 사무치도록 보고싶다!!! 그녀가 좋아했던 음악이나, 음식이나, 옷가지들 마저도 지금의 나에겐 별 意味가 없을테지만 그래도 함께 듣고, 함께 먹고, 함께 입히던 순간들을 잊을 수는 없다.
진한 커피의 향내음이 나의 후각을 자극하듯이 지금의 그녀는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나의 감정을 지배하려 든다...
그녀가 좋아했던 '정지용님'의 '얼굴'이라는 詩가 떠오른다.
\" 얼 굴 \"
정 지 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밖에...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약한 마음의 동요로부터 '문사'가 힘이
되어 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