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이라는 책을 읽다가 짠해서 올려봅니다...
형의 책상 서랍 속에는 행여 누가 볼까 봐 테이프로 꽁꽁 봉한 편지가 한통 있습니다. '받는사람' 란엔 여자 이름과 주소가 또렷이 적혀 있는데,우표도 달지 못한 채 서랍 한 켠을 차지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무슨 내용일까,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한번 뜯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에 넣어 둡니다. 그 속엔 형의 깊은 슬픔이 들어 있을 테니까요. 편지 두께만큼 많은 하고픈말, 차마 부치지 못한 가슴 절임이 있을 테니까요.
형 나이 서른, 형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 사람이 떠나가 버리면 어쩌나 하는 조심스러움에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짝사랑이죠. \"저 놈이 같은 교회 청년회에 누구를 좋아하는 것 같은디, 혼자 속앓이 하다가 상처라도 받을까 봐 짠해 죽겄다.
짐작 가는게 있으신지 어머니는 걱정스런 마음을 감추시지 못하십니다. 형은 장애인입니다. 어릴적 크게 아픈 적이 있어 무릎과 팔꿈치 뼈가 좀 튀어나왔죠. 때문에 한여름에도 팔꿈치를 가리는 긴소매 옷을 입고 다닙니다. 생활하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고 볼링도 잘 치는데 누구의 기준인지 모를 잣대는 형 지갑 속에 장애인증 하나 꽂아 두었습니다. 그래도 동생 앞에선 늘 당당한 형, 하지만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형의 어두운 그림자는 항상 동생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런 마음을 형은 모르겠죠.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지만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임을 형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정작 입에서는 철없는 투정만 나오네요.
이젠 용기 내서 말하고 싶습니다. 형을 사랑한다고. 그러니 형도 나처럼 용기 내서 고백해 보라고. 옷소매 걷어 올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