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의 병에 걸린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돌보다]
이런 이야기는 유치한 신파극이라고 생각했고, 슬프다고 하는 이야기를 읽고서도 나는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다. 적어도 이 책 '가시고기'를 읽기 전까지는....
처음 선생님께 추천을 받아서 책장을 펼쳤을 때도 내 마음은 시큰둥했다. 그리고 몇 페이지를 읽고 나서는 그냥 불쌍하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나는 다움이가 되고 다움이 아빠가 되어 같이 울고 웃었다.
어미 대신 알들을 입 속에 넣고 키우다가 아이들이 떠나면 돌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는 아빠 가시고기...
자식을 위한 희생은 어머니들만이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버지의 사랑이 어머니보다 더 강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움이 아빠의 심정이 절대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
자기 몸을 돌볼 생각도 않고 다움이를 위해 헌신한 것은 그런 까닭이 아닐까 한다.
그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할 수 있을까?
또 그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버리고 그를 보내줄 수 있을까?
수십 번 희망이 꺾이고,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웃어줄 수 있을까?
...아빠의 입 속에서 자란 가시고기들은 자기가 아빠를 굶겨가면서 자라온 줄 전혀 모를 것이다. 아니, 조금 기억하고 있더라도 나이를 먹어가고, 수많은 물결과 다른 물고기들을 만나면서 아빠 가시고기를 잊어 갈 것이다. 처음부터 혼자 이 세상에 났다는 듯이...
그렇지만 다움이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르더라도 아빠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커지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지라도, 한때 세상에 아빠와 다움이 둘뿐이었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빠의 말처럼, 평생 아파야 될 걸 2년동안 다 아팠으니깐 앞으로 그애 앞에 펼쳐질 나날들에는 웃음과 기쁨만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