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빽백하게 자리 잡은 책상들의 나열과 그 앞에 앉아 있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바둑을 두고 난 뒤 바둑판 위에 어지럽게 뿌려진 바둑알들 같다.
무엇을 꿈꾸는가. 우리는 그 속에서 무언가를 잊혀가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이 모든 걸 생각하기 전에 우선은 자기 자신의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눈이 나빠서 일까 교실 안이 뿌옇다. 마른 먼지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어 답답함을 떨쳐보려 한다. 쏴- 한순간에 들어오는 맑고 시린 겨울의 찬바람이 저절로 한숨을 부른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창가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하는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옆에 있는 친구들이 춥다고 난리다. 가끔가다 보는 창밖의 풍경은 좋기만 한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얼른 창문을 닫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먼지들이 창가에 비추는 햇빛 때문에 술렁인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자 각자 자리 잡음에 교실 안 또한 술렁인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그 때부터 따분한 수업은 시작된다.
투명한 유리 막을 통해 바깥이 보인다.
‘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알고 보니 며칠 전에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작은 물고기가 살고 있는 유리컵 안이다. -
학교와 다를 바 없이 답답하기만 한 이 곳,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팔랑팔랑 작은 몸을 놀리며 몸부림 쳐보지만 작은 공간 속에서 한없이 맴돌기만 할 뿐이다.
조용한 분위기에 휩쓸려 점점 움추러 드는 내 작은 몸이 무언가를 원하는 거 같다.
순간 어디서 나타난 검은손이 내가 있는 이 공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나를 꺼내려는 듯한 손짓인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흔들리다 힘없이 떨어져 버리는 이 공간은 어느 새 산산조각 난 뒤였다.
‘ 이제 자유로구나.’
작은 공간에서 빠져나왔다며 좋아하는 나를 뒤로 한 현실은 내 생각과는 달리 깨어진 유리 파편들 사이에서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나를 보았다.
‘ 이걸로 끝인가….’
눈을 떴다. 주위의 모든 시선들이 나를 보는 듯 하다. 역시나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나… 죽다 살아 난거야?’
갑자기 내 앞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드리우더니 고갤 들어 보니, 앞서 수업을 하러 들어오신 수학 선생님의 매서운 눈빛이 보였다. 손짓을 하신다. 뒤로 나가라는 건가.
터벅터벅 교실 뒤편으로 나가자 수업이 진행되었다.
상황 파악이 안되었던 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피식 웃고야 말았다.
‘ 훗…. 너무 리얼한 거 아냐?’
잠을 깬다며 세수 좀 해야겠다고 선생님께 말하고 교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학교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바삐 올라가기 시작했다. 옥상 문 앞에 막상 다다르자 가슴 벅차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장이라도 옥상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후-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미 파랗게 물들어 버린 하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내 몸을 스치운다.
‘ 역시 내가 원한 건 이거였어.’
작은 물방울과 함께 퍼져 나가는 웃음. 나는 이것을 ‘자유롭다’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