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지침이 내 두어깨를 짓눌러
양무릎이 꺾여버릴듯한 날엔
오래전 우리가 머물렀던 그 나무를 찾아가고 싶어집니다..
그대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듯
그 나무 또한,
상처로 물들고 아픔으로 허물어진 내마음까지도
그대 대신하여 나를 감싸안아주겠지요.
그리고 다시 그대가
나처럼 무릎 꺾이는 날에
그 나무곁에서 내사랑의 다독임을 받고싶을때
그 나무는 조용히 속삭여주겠지요..
나와 함께 머물렀던 나무와 나의 시간을..
나무는 고스란히 그대에게 전해주겠지요..
나도 그대처럼 힘들때면 여기,
이곳..그대가 붙여준 "우리들의 나무" 를 떠올린다고..
..
하지만 아직..
마음으론 수십번도 더 찾아갔을 그 나무곁에..
한번도 나는 찾아오지 않았노라고..
나무는 그대에게 고자질할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그대같지 않아서 우연히 그 길을 지나치더라도
한적한 시간 차안에서라도 문득 창밖을 보다
나무와 눈이 마주칠때면 내의지가 고개 숙여버린다고
나무는 그대에게 눈물섞인 하소연을하겠지요..
..
그러면 그대는
다 알고 있었노라고..하지만 내가 이렇게 왔으니 그것으로 된거라고..
나무를 위로하겠지요..
하지만 나무와 그대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대가 그리운만큼 나무가 그리웁기에 나무가 꼭 그대인것만 같아,
아무리 눈이 시린날일지라도 나무를 찾아갈수 없었음을..
나무의 잎사귀가 그대의 손인것만 같아 만질수 없고..
나무의 흔들림이 그대 나를 보는 슬픈 눈동자인것만 같아 차마 마주할 수 없었음을..
숙인 내마음이 한없이 나무에게 달려가고 있었음을..
나무와 그대는 몰랐을테지요..
..오늘밤 나는 우리들의 나무..그 나무를 생각합니다..
..
..오늘밤 나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
"그대"라는 이름의 나무를...
12.12
때때로 나와 우리들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대'와의 거리감, 그리움, 더하여 사노라고 무너진 가슴을 달래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