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많은 가제속에서 살아갑니다. 만약 내가 \"***\"한다면?하면서 말입니다. 그 많은 가제중에서 오늘은 \"정말로 사랑한다면?\"이라는 가제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제 자신에게 \"당신은 정말로 사랑하십니까?\"라는 애매모호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게 된 어여쁜 여자가 있었습니다. 추위가 살을 에이듯 고통을 주는 어느 겨울날, 남자가 산에 갔다가 조난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의 조난사실을 전해 들은 여자는 남자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자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세월과 함께 남자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갔습니다. 긴 시간이 흘러간 이후, 산의 얼음덩어리가 녹으면서 흘러내려온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는 백발의 아리따운 여자는 조용히 사랑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생을 서로 사랑하며 허전한 가슴을 행복으로 가득채웠던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할머니가 심한 감기에 걸리더니 이내 병석에 눕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삼시세끼 할머니에게 밥을 먹이는 일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정성은 주변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른아침 일찍 일어나 2시간이나 넘는 거리를 달려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유인즉, 할머니에게 더욱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할머니께서 옆에 있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자신도 성치못한 축쳐진 몸을 이끌고 다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또한 모두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이와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처럼 나 자신도 어여쁜 여자와 백발의 할아버지와 같이 50년, 아니 몇백년동안 사랑을 간직할 수 있을까하고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봅니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그러니깐 내가 사회에 첨벙하고 발을 내딛기 전까지만해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여쁜 여자와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간직한 그런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평생동안 기억속에서 지울수없는 순수한 영혼의 영감같은 수채화를 간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마음이 포근해지는 영화를 감상한 후 자기도취에 흠뻑취해 폭포수와 같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른후 재생시켜보면 어떻게 50년, 몇백년동안 한 여자만을 바라보며 지극정성으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는지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이라고 말하는 분도 계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곤 나도 이제 순수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순수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보려면, 실연당한 뒤 몇날 며칠을 술을 친구삼아 마시고 또 마시고 난리치는지, 그러지 아니한지를 보면 된다고 말입니다. (실연의 아픔이 뼈에 상처가 날 정도로 느낀 한 누군가의 말을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습니다.
한 여자에게 시련을 당해도 쓰린 아픔보다 더 쓴 소주가 맛이 없어 안주발만 새우고, 마음이 허기졌을때에도 배가 고파 삼겹살과 김치찌게에 라면까지 걸식들린 사람처럼 먹어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김없이 아침밥을 먹고 회사로 출근을 하고 치열하게 뜨거운 삶의 한 복판에서 삐짚고 살아남기위하여 뛰었습니다. 단지 살아야한다라는 생명의 욕심때문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순애보적인 슬픈 사랑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감동받지 않고(감동받는다하여도 그것은 이야기일뿐이야라며 가슴속 깊숙히 가라앉히고), 사람이 어쩌면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도 더 이상은 순수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이것이 나도 이제 세상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세상이 변한것 처럼 나 또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라고 영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