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길을 잘 들이면 나중이 편안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엔 고생이 따른다?."
이제 막 신혼에 접어든 부부이거나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봤을, 흔히들 농담 삼아 쉽게 하고 듣는 말이다.
얼마전 나도 가까운 사람과 속을 드러내 놓고 얘기를 나누다 지나가는 우스개 소리로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길들인다는 것,
그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물건으로 치면 오래 사용하거나 손질을 잘 해서
다루기가 좋은 것을, 짐승으로 치면 잘 훈련시켜서 부리기 좋게 되거나
잘 따르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한다.
사람이 사람을 길들인다는것, 글쎄 옳은 해석일지는 모르겠으나
위의 의미를 적용시켜 보자면 방법이야 어떻든 내 식에 맞게 상대방을 이끌어
그런 상황에 점차 익숙해지게 하고 적응되도록 함으로 결국은 내가 편한대로 살고자 하는것, 뭐 대충 그런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평생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노라 서약한 부부지간에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길들인다는 것이 혹은 길들여진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모순은 아닐까?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을 모순으로 여기지 않는것 같다.
그래서 흔한 예로 순종적인 배우자를 둔 사람은 어딜가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반면 순종적인 사람은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여 고생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듣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후자에 가까운듯 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충고를 충고로 여기지 않는다.
다만, 아직은 이해를 하는것 보다 받는데 더 익숙해진 상대가 가끔 야속할
뿐이다.그런 야속함을 억울함 없이 그저 가끔 푸념 할 뿐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말 대로
길을 들여볼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금 보다 더 잘 하리라 장담한다.
이런 나를 두고 어떤 이는 그런다.
어쩜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나는 죽었다 깨나도 그렇게는 못한다고,
심지어는 천사표를 달았냐고까지..
말 그대로 칭찬인지 아님 제 실속 못 차린다는 비아냥인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안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그 뿌듯함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그들의 시선이
정녕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그들의 시선이 아니라 행복한 내 마음이 우선인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함으로 나타내는 순종은
결코 길들여진 것이 아님을, 그건 이미 더이상 고생이 아님을.
그리고 뭐든 자신이 원하는대로 편한대로 산다는 이들에게 자문해 보길
충고한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진심어린 이해와 충분한 배려
덕분인지, 아니면 혹시라도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다 혹은 안되는
사람이다'라고 간주하고 그만큼 나에 대한 바램을 단념하고 포기(?)하며
살기 때문은 아닌지...
나는 바란다.
최소한 내 남편이 내 식구가 나를 포기하지 않기를.
또한 나 역시 그들에 대한 나의 바램을 단념하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노력하려 한다.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진심이 우러나는 것이 되도록
사랑하는 그들을 위해 최대한 이해하고자 배려해 보고자 한다.
가끔은 일방적인 듯 해도, 아직은 주는것 보다 받는데 더 익숙해진 그들이 조금
야속하다 할지라도, 내 마음이 가식이 아닌 이상 이런 노력의 결과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좋은 마음으로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