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달만 모든 전자기기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라디오도, 그외 모든것들로 부터 한달이 힘들면 딱 일주일이라도 벗어나 자연상태로 몸과 맘을 정화시키고 싶다.
휴대폰이라는 놈은 어느틈에 삐삐를 몰아내더니 때때로 족쇄로 돌변해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지갑속에 꼿혀있는 전화카드는 어떻게 생겼는지 꺼내보아야 알아볼 지경이니 참 쉽게 살아가고 있다는 반성이든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한다...
스케치가 끝나고 어느정도 설계안이 확정되면 어김없이 이놈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단축의 효율을 주는듯 했지만 불순한 사탕발림 이었을뿐.
그로 얻은 시간만큼 이놈은 사람들을 더 바쁘고 쪼들리게 만들었으니 그 점은 적지않은 이들이 공감하리라..
인터넷을 접하게 되면서 더더욱 이 기계를 붙잡고 있는 일이 많아졌다.
때때로 가히 중독이라 할만큼 시간을 빼았기니 경계할 일이다.
그립다.. 옛추억이 그리운게 아니라 전기없이도 살아있는 기억속의 앵글이 그립다.
딱지치기하고 구슬치기하던 그 시절이 그립고 휴대폰, 컴퓨터 없이도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지금보다 더 여유롭게 하루를 살던 그 때가 그립다.
군함을 타던 시절.
항구에 들를 때 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지역의 소인을 찍어 보내기위해 새벽늦게 글을 쓰던 그 노트가 그립고,
언제쯤 답장이 올까 행정부서에 들러 편지함을 열어보던 설래임이 그립고,
손에 받아쥔 친구들의 편지를 베게 밑에 두고 침대등 아래서 읽고 또 읽으며 만지작 거리던 그 때가 그립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
아날로그를 회상하고 동경해보지만 그 바램을 다시 자판 앞에서 찍어가고, 담고싶던 풍경을 디지탈카메라로 재빠르게 담고마는 이 아이러니를 생각없이 되풀이 하는 난. 이미 디지탈의 노예가 되어버렸나보다.
일주일만 지나면 길들여진 이 생활이 고개를 처들고 말거라는 예상을 해본다..
그 예상이 보기좋게 맞아떨어지지 않기를 바래보지만 어디 연습이나 제대로 할 수 있어야지..
분주히 움직이는 눈, 손가락, 생각들.. 멀티테스킹은 좋게 말하면 시간절약,
나쁘게 말하면 풍요한 느낌을 좀 먹는 벌래의 몸 놀림과도 같다.
피로하고 심난할때면 영혼과 신체가 각기 따로 노는 느낌이니 이 얼마나 몸과 맘에 미안한 일인가...
종이위에 글을 쓸 때면 펜이 종이를 간지럽히는 사각거림이 참 좋았는데...
글을 기록하는 방식. 적어가기와 찍어가기. 물론 적어가기에 아낌없는 한 표를 던진다.
회상해 보면 내게있어 그런 과정이 적지않게 있었으니 과거의 나와 친구들에게, 그 시대를 접하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글.. 또박또박 힘주어 적어가던 그 때.
애뜻한 사랑의 글과 하루를 적어가는 과정을 그 얼마나 못쓰는 글자지만 정성스래 써 댔던지...
그 글들을 받아본 친구들, 지인들은 그걸 다 나 처럼 간직하고 있을까.
이제는 막상 편지라도 써보려 하면 못난 글자가 자꾸 눈에 거슬려 나중에는 성의없게 휘갈겨버리는 못된 심보 때문에 나 자신도 알수 없는 암호가 될때가 종종있다.
예쁜 글자체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 이놈 믿고 맘놓고 써보기도 하지만 뒹구는 펜들을 볼때면 괜시리 두더쥐 잡듯 자판을 두둘기는 손가락이 애처로워진다.
악필을 의식하는 부끄러움이 더 부끄럽다.
잘못 쓴 글자 하나를 두고 멋적게 고민하던 인간적인 소박함은 자판의 backspace 키에 밀려 다 어디로 숨어버렸는가..
아날로그가 그립다.
오늘처럼 막연히라도 그리우니 아직 내겐 희망적인 것일까..
위안하며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주절주절 몇 글자 잡아본다.
-청촌-
업무차 문정동을 지나다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버려진 켄 깡통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좋죠. ^^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