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저도 무겁지 않은가. 고3이라는 그 이름이.
이렇게 빨리 자의든 타의든 내 인생의 큰 틀을 하나 결정해 버리고
그 안에서 남은 몇십년을 살아가라 그건 다 네 책임이다, 라고 하기에
너무나 어린 나이.
혼자 서기에는 아직은 불안하기만 한 지금..
허나 난 아무렇지도 않다.
단지 조금 피곤할 뿐.
내 미래.. 어떤 대학, 어떤 과를 갈것인가 따위는
수능이 끝난 후의 선택으로 미뤄버리고
지금은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남들 가는대로 그렇게 휩쓸려 따라 걷고 있다.
이제 곧 백일주를 마실테고,
일단 두 자리가 되면 가속도가 붙는다던 D-day..
어느새 내 D-day가 되어
이런저런 선물들을 받고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웃겠지.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어떻든 조금은 속상해 하겠지.
그러나 속상한 기분보다는
내게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무진 애를 쓰겠지.
어차피 정해진 부분들...
그런 부분들로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겪어갈 과정이 거의 그렇게 정해져 있다면
정해진 코스 위에서 그 나름의 묘미를 즐기며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잠들어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일 아침의 무거워질 눈꺼풀은 저만치 미뤄두고 이렇게 문사에 있는 것..
이것도 아직까지는 내게 남은 행복한 묘미이다.